-'금주령 아닌 금주령' 7년 차
-학생회, 외부 식당 빌려 행사
-이 또한 위법 가능성 높아
-"현실적인 제도적 개선 필요"

학생회가 식당을 대관해 술을 판매하는 편법이 횡행한다. 학내 주점 운영과 술 판매가 불법인 상황에서 나온 타개책인 셈인데 이 또한 위법의 소지가 크다. ‘금주령 아닌 금주령’의 여파가 지속된 가운데 현장과 괴리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일호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현수막 일부 모자이크 처리). [취재원 제공]
일일호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현수막 일부 모자이크 처리). [취재원 제공]

16일 우리 대학 학생회에 따르면 올해 17개 단과대학 중 8개가 ‘일일호프’를 열었거나 열 계획이 있다. ‘일일호프’란 학교 밖 가게를 하루 동안 대관하고 학생들이 직접 서빙·운영하는 행사다. 학생들은 학생회에 참가비를 내고 가게에서 소개팅이나 게임 등 각종 이벤트를 즐긴다. 행사를 주관하는 학생회는 이벤트 진행은 물론 서빙과 홀 운영 등을 담당한다.

대학가에는 학기 초마다 신입생을 중심으로 한 행사 수요가 많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호응이 좋다. 취재진이 만난 단과대학 학생회장 대다수는 “교내 주점이 사라졌을 뿐, 학생회가 주최하는 술자리 행사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 단과대학 학생회장은 “지난해 일일호프 당시 학생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며 “올해도 지난해 (참가자의) 2배가량인 약 500명가량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학생회가 일일호프라는 편법을 택하게 된 배경에는 ‘학내 주점 금지령’이 있다. 주세법에 따르면 술을 판매하려면 면허가 있어야 한다. 주세법은 사실상 대학가를 대상으로 적용되지 않았지만, 2018년 5월 한 대학을 사례로 교육부가 주세법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학내 주점은 자취를 감췄다(<채널PNU> 2024년 9월 6일 보도). 당시 우리 대학 총학생회가 나서 주류 판매를 허가받기 위해 △주세법 임시 허가 △지역축제로의 전환 등을 관할 세무서에 요청하고 국민 청원까지 올렸으나 모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부대신문> 2018년 5월 13일 보도).

이에 학생회 차원에서는 주세법에 크게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술을 제공하는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달리 돈을 받지 않거나, 주류 판매가 가능한 제3자를 대동하는 식이다. 주류업체와 사전 제휴를 맺고 현장에서 무료로 술을 제공하거나, 동문회에서 대량으로 대신 구매한 술을 나눠준다. 주류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대학생활협동조합과 연계해 술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회가 현장에서 입장료 명목으로 돈을 걷은 후, 무상으로 술을 제공하는 방법도 포착된다(<채널PNU> 2024년 9월 6일 보도).

행사 수익은 학생회가 한 해 학생회를 운영할 자금이 되기도 한다. 학생회비 납부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상당수 학생회가 재정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회는 행사 수익금을 학생회비의 ‘사업 수익’ 항목으로 편입해 연간 예산으로 활용한다. 단과대학 학생회장 A 씨는 “학생회비만으로는 1년 예산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일일호프 수익을 예산에 편입 운영하고 있어 지금으로선 일일호프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단과대학 학생회장 B 씨도 “일일호프 수익을 통해 학생회의 다른 사업을 더 높은 완성도로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일호프 역시 위법의 소지가 크다. 보통 행사에서 발생한 △참가비 △주류 및 음식 판매 수익 등은 점주와 학생회가 일정 비율을 두고 나누어 갖는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판매 주체가 학생으로 판단되면 무면허 주류 판매에 해당된다. 조세범처벌법 제6조에 따르면 무면허로 주류를 판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점주의 면허를 학생에게 실질적으로 ‘빌려준’ 것으로 간주될 경우, 점주 역시 면허 취소 등의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합법적으로 주류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임시 주류면허에 해당하는 ‘의제 주류면허’를 발급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의제 주류면허는 식품위생법상 영업신고증이 있는 고정된 장소를 기준으로, 관할 세무서에 일정 기간 판매를 신고하면 부여된다. 금정세무서에 따르면, 학생이 의제 주류면허를 취득하더라도 일일호프의 경우 주류 공급처가 소매 주류면허를 가진 주점이기에, 이를 ‘소매 간 거래’로 간주해 해당 주점이 도매업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주세법상 소매업자는 도매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으며, 세무당국은 이를 ‘업태 전환’으로 보고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일일호프처럼 공급처가 기존 주점으로 설정된 구조에서는 의제 주류면허를 통한 합법적 운영 자체가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타 대학에서는 점주가 주류를 판매하고, 학생회는 아르바이트 형태로 행사에 참여하는 꼼수를 택하기도 한다. 점주가 운영 수익을 임금의 형태로 지급함으로써 운영 수익을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러한 방식에 대해서도 “일종의 편법에 해당한다”며 “매출 흐름과 통제 권한 등 실질을 보면 판매 주체가 여전히 학생이므로 무면허 판매”라고 해석했다. 다수의 학생회에 따르면 “일일호프 진행자가 실제로 보건증을 준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위반 위험까지 있다.

우리 대학을 포함한 전국 대학가에서 ‘금주령 아닌 금주령’으로 인한 괴리가 매년 반복되자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중교 교수는 “일일호프의 건전한 운영 방안을 공론화해 학생들의 추억과 책임 있는 주류문화가 함께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제도적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며 “조세범처벌법 위반, 소득세 미신고 같은 법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회가 운영 방식과 기간 등을 세무서에 사전 신고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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