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박물관, 광복 80주년 맞아
-故 김순악·심달연 압화 원예 작품과
-여성인동가 故 김문숙 이사장 조명
-"역사 기억하고 평화 지켜가길"

눌러진 꽃잎이 새로운 꽃과 나비가 되어 작품이 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故 심달연 할머니가 만든 압화 작품 ‘나비’ 옆으로 “자유로이 날 수 있는 건 나비도 마찬가지다. 날개가 있어 부럽다”는 글귀가 친필로 새겨졌다. 자유로운 삶을 갈망했던 순수한 심경이 섬세하고도 강인한 작품에 담긴 듯하다.

우리 대학 박물관이 오는 11월 29일까지 여는 특별기획전인 '다시, 피어나다'. [서혜령 기자]
우리 대학 박물관이 오는 11월 29일까지 여는 특별기획전인 '다시, 피어나다'. [서혜령 기자]
故 김순악·심달연 할머니의 압화 원예작품전에서 볼 수 있는 한 작품. [서혜령 기자]
故 김순악·심달연 할머니의 압화 원예작품전에서 볼 수 있는 한 작품. [서혜령 기자]
우리 대학 박물관이 오는 11월 29일까지 여는 특별기획전 '어둠에서 빛으로'. [서혜령 기자]
우리 대학 박물관이 오는 11월 29일까지 여는 특별기획전 '어둠에서 빛으로'. [서혜령 기자]

우리 대학 박물관은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위안부 문제를 다룬 특별기획전을 오는 11월 29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故 김순악·심달연 할머니의 압화 원예작품전인 ‘다시, 피어나다’와 부산 여성 인권운동의 시작이자 위안부 할머니의 동반자인 故 김문숙 (사)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이사장을 조명한 ‘어둠에서 빛으로’ 등 두 가지 유형으로 준비됐다.

이번 특별 기획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희생자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이자 ‘여성인권운동가’로서 삶을 개척해 나간 주체자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강나리 학예사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자리가 아니라 피해자의 목소리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들려주기 위해 기획했다”며 “특히 두 할머니의 압화 작품은 아픔 속에서도 꽃을 피워낸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4일 취재진이 찾은 전시회 벽면에는 따뜻한 빛깔의 압화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흰 꽃으로 담아낸 ‘행복’, 분홍빛으로 펼쳐진 ‘청춘’, 연분홍 꽃으로 수놓은 ‘꽃버선’. 푸른빛과 붉은빛이 교차하는 ‘붕어3’에게서 섬세하고도 강인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꽃으로 태극기를 표현한 ‘1945.8.15.’와 ‘내가 새가 된다면 날아가고 싶다’는 소망이 담긴 작품은 고인이 생전에 평화를 얼마나 염원했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전시에서는 작품과 함께 두 할머니의 일생을 알 수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이기도 한 두 할머니는 정서 치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압화를 시작한 뒤 꽃잎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마음의 상처를 다독였다. 압화 작품을 소개하는 팜플렛에 따르면 지금 이 작품들은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역사의 증언이자 기억의 매개가 되고 있다.

전시가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잊지 않는 동시에 인권과 평화를 지켜가는 것이다. 강 학예사는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할머니들의 삶과 의지를 느끼길 바란다”며 “이를 통해 ‘역사를 배우고, 나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며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전시인 ‘어둠에서 빛으로’는 부산 제1호 여성인권운동가이자 영화 <허스토리>의 모티브가 된 故 김문숙 이사장의 일대기를 풀어낸다. 전시에는 ‘부산 여성의 전화’ 사무실에 위안부 신고 전화를 개설한 일화는 물론 한국과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속에서도 위안부 피해자를 돕던 김 이사장의 모습이 빼곡하다.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일본 정부의 잘못을 최초로 판결한 ‘관부재판’ 여정도 조명한다.

이곳에서 만난 김은희(교육대학원) 씨는 “일제강점기처럼 억압이 심한 시대에 여성이 사회적 활동을 해 나갔다는 게 뜻깊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긍지를 느낀다”며 “기회가 된다면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도 방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임상택(고고학) 박물관장은 앞선 보도자료를 통해 “광복 8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아 부산에서 오랜 기간 여성인권운동에 헌신한 김 이사장의 숭고한 삶과 실천을 되새기고자 한다”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공감하며 현재로 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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