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광안리 해변도서전서
-부산 특성 살린 출판·책 구성 눈길
-"부산만의 독서 생태계 만드는 중"
“부산에도 좋은 지역 출판사와 책이 많다는 걸 시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2025 광안리 해변도서전’에서 부스를 운영한 박수정 작가가 말했다. 올해로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해변도서전은 지역 출판사·서점·작가들이 주체가 돼 지역 독서문화를 알리고, 지역 간 연대를 확장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 9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변 만남의 광장에서 ‘2025 광안리 해변도서전’이 열렸다. 부산 수영구가 주최·주관하고 부산출판문화협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행사는 올해로 2회차를 맞았다. 현장에는 부산 지역 △출판사 △서점 △작가 △독서커뮤니티과 외지 창작자들이 참여했다. 지난해 참여 업체 수 58개, 부스 수(일자별 합산) 69개에서 올해는 참여 업체 수 73개, 부스 수는 123개(일자별 합산)로 이전보다 늘었으며 해변북라운지 등 새로운 구성이 추가됐다. <채널PNU>는 지난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행사 현장을 찾았다.
해변길을 따라 늘어선 부스들 가운데는 △산지니 △21세기 여성 △빨간집 등 부산 지역 출판사와 △밤산책방 △책방온실 등 부산의 독립서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부산을 콘텐츠로 집필한 책을 전시해 두거나, 부산을 주제로 한 자체 공모전을 홍보했다. 부산의 카페·바다 등을 소재로 한 책을 출간한 박수정 작가는 ‘도서 출판 가온데’ 부스에서 자신의 책을 전시하며 “부산에 많은 출판사들이 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부산 도서와 출판 업계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21세기 여성’ 부스 운영에 참여한 김영미 대표는 “지역 내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이기 어려운데 교류할 수 있어 좋았다”며 “독자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매우 소중했다”고 말했다.
부스에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책 포장 체험 △취향에 맞는 책 찾기 △‘책 케이크’ 등 창의적 기획이 선보였다. 도서 전시·판매는 물론, 굿즈와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시민과 관광객의 관심을 끌었다. ‘여행 연구소’ 출판사 부스 운영에 참여한 양소희 여행작가는 “각 부스가 책과 사람 사이 간극을 좁히려는 고민이 엿보였다”며 “책을 생일 케이크처럼 포장해 선물하는 발상도 재밌었다”고 전했다. 행사에 참여한 유동근(수영구) 씨는 “특정 출판사 부스와 대화를 나누고 전시된 책 몇 권을 봤다”며 “(해당 출판사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감상을 표했다.
이번 행사에서 새롭게 등장한 ‘해변북라운지’는 광안리 해변을 배경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날 전국적으로 유명한 바다 관광지인 광안리 해수욕장을 잘 활용해 부산만의 지역성과 감성을 살려냈다는 호평이 자자했다. 방문객 조은서(24세, 울산시) 씨는 “바다를 앞에 두니 감성적이고 뷰도 좋다”며 “원래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책을 읽게 됐다”고 말했다. 남소현(27세, 울산시) 씨 역시 “바닷가에서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독서를 할 수 있어 좋다”며 “그냥 지나가다 재밌어 보이는 책을 보게 되고, 그에 따라 책을 사게 된다”고 말했다. A 씨는 “북페어를 많이 가봤지만 바다 근처의 행사라 신선했고 산책하듯이 책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출판사들은 공공 지역 문화 지원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출판사 대표는 “부산시가 운영하는 콘텐츠 마케팅 지원 사업에 선정돼 예산을 지원 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며 “수도권은 10곳 이상, 억대 단위 지원이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지역 간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출판사와 서점이 참여하는 행사에는 더욱 과감한 예산 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도서전은 지역 출판과 독서문화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시도로, 대형 출판사가 주도하는 대규모 행사와 성격이 달랐다. 유명 작가 초청이나 대형 부스보다 지역 출판사·서점·작가들이 주체가 되어 시민들과 직접 만나는 소통형 도서전에 가까웠다.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배은희 회장은 “참가자의 80~90%가 부산의 출판사, 서점, 독서 모임”이라며 “지역 독서문화와 정체성을 조명하려는 수영구의 의도와, 시민들과 만남의 기회가 부족했던 협회의 목적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출판사 단체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이라며 “이 자산을 바탕으로 부산만의 도서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향후 지역 출판사와 서점이 직접 콘텐츠를 소개하고 시민이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다. 배 회장은 “지자체가 지역 출판을 지역 문화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꾸준히 지원해준다면, 부산은 충분히 독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출판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