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야구 직관 중앙동아리 ‘노히트노런’ 인터뷰
-20대 청년이 생각하는 야구
-"타 스포츠에서 느낄 수 없는 야구만의 매력 있어"

20대 청년들이 야구를 외면한다고들 말하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20대 청년들도 있다. 그들은 여느 팬과 다를 바 없이 꾸준히 야구장을 찾고 경기를 분석하기도 하며 야구를 즐긴다. 

<채널PNU>는 지난 5월 11일 채널PNU 회의실에서 우리 대학 야구 직관 중앙동아리 '노히트노런'의 △박세훈(산업공학, 23) △양승현(영어영문학, 19) △유석주(중어중문학, 18) △전현정(사학, 23) △최린(기계공학, 19) 씨를 직접 만나 야구에 빠지게 된 이유와 야구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들었다.

지난 5월 11일, 채널PNU 회의실에서 만난 노히트노런의 유석주(왼쪽부터), 박세훈, 최린, 양승현, 전현정 씨. [임현규 기자]
지난 5월 11일, 채널PNU 회의실에서 만난 노히트노런의 유석주(왼쪽부터), 박세훈, 최린, 양승현, 전현정 씨. [임현규 기자]

△야구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박세훈: 2011년 삼성 라이온즈(삼성)가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 좋아하게 됐다. 부산 출신이지만 삼성 팬이어서 주변 친구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야구를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는 구단의 연고지 개념을 몰라서 부산 사람들이 롯데 자이언츠(롯데)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양승현: 사실 야구를 보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도부터 집에서 할 게 없어서 야구를 보게 됐다. 당시 롯데가 개막 직후 5연승을 거두며 롯데 팬들 사이에서 '올해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한창 나왔다. 그때 흥미가 생겨 야구를 보게 됐고 지금까지 보고 있다.

-유석주: 초등학생이었던 2008년,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 야구장에 갔다. 대구 출신이고 아버지가 삼성 팬이셔서 자연스럽게 삼성 팬이 됐다. 그때 한 선수가 만루 홈런을 치는 걸 보고 짜릿함을 느껴 야구팬이 됐다. 

-전현정: 롯데 공식 유튜브를 보고 구단에 대한 관심이 처음 생겼다. 사실 야구를 보게 된 특별한 계기는 생각나지 않지만, 성적이 아니어도 롯데가 운명처럼 나를 팬으로 만든 것 같다. 롯데가 좋아서 강원도 삼척에서 부산으로 내려왔다.

-최린: 전라북도 익산 출신이다. 호남권은 기아타이거즈(기아)의 연고지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아 팬이 됐다. 2009년 한국시리즈를 처음 봤는데 당시 기아가 우승을 거뒀다. 그때부터 야구에 입문해 여전히 기아를 응원하고 있다.

△20대들이 야구를 외면한다고들 한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석주: 경기 시간이 길어 팬이 아닌 사람의 접근을 막는 것 같다. 경기 시간이 보통 3시간은 된다. 옛날부터 야구를 많이 봤던 사람은 괜찮겠지만,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3시간 동안 경기를 보는 것은 솔직히 힘들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야구가 외면받는 이유 같다.

-최린: 예전에는 한국 야구의 국제대회 성적이 좋았다. 2008년에는 올림픽 우승도 하고,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는데 최근에는 국제대회 성적이 처참하다 보니 20대들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반면 축구는 최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루는 등 성적이 좋아 인기가 많은 듯하다. 팬들은 성적과 함께 따라온다고 느낀다.

△반대로 20대를 야구에 끌어들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박세훈: 선수 전부가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경기를 보면 종종 열심히 뛰지 않고 산책하다시피 하는 몇몇 선수들의 모습에 화가 난다. 지고 있는데 열정적으로 하지 않는 선수의 모습은 팬의 재방문 의사를 떨어뜨린다. 지더라도 끝까지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

-유석주: 야구를 보지 않는 팬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연고 팀처럼, 응원을 열성적으로 할 수 있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최고의 팬서비스는 실력"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야구장에 처음 방문한 팬들의 재방문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 야구장에 방문한 경험이 긍정적으로 남는다면 반드시 다음에도 다시 야구장에 방문할 것이다.

△다른 스포츠에서 느끼지 못하는 야구만의 매력이 있다면.

-양승현: 야구는 타 스포츠보다 드라마틱하다. 공격과 수비가 확실하고,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온전히 타자와 투수만의 시간이 펼쳐진다. 특히 9회 말 2사 만루처럼 승부를 결정짓는 극적인 상황에서 끝내기를 쳤을 때 팬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다른 스포츠에서 느낄 수 없는 쾌감이라 생각한다.

-전현정: 야구의 긴 경기 시간이 유입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경기 템포가 느린 것이 좋았다. 변수가 많다 보니까 2시간 만에 경기가 끝나기도 하고, 4시간이나 걸리기도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점 역시 야구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긴 경기 시간 동안 모든 팬들이 하나 되어, 타석에 들어선 선수의 응원가를 부르는 것 역시 매우 즐거운 일이다.

△전문가들은 야구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선수들의 일탈 행위를 꼽는다. 

-양승현: 신태용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야구는 레저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야구 선수는 운동 선수임에도 타 종목에 비해 체중 감량이나 체력 관리의 측면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다. 야구 선수들의 워크에식(work ethic)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계속 나온다. 솔직히 타 스포츠에 비해 야구 선수의 기조가 해이한 부분은 있는 것 같다.

-유석주: 응원하던 선수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정떨어질 만하다. 실제로 야구 선수의 일탈 행위로 잠시 야구를 보지 않는 주변인도 있었다. 일탈 행위 때문에 야구 전반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면서 새로운 팬의 유입이 줄어드는 현상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야구팬으로서 이번 WBC를 평가한다면.

-박세훈: 야구는 공으로 하는 스포츠다. WBC와 같은 단기전의 경우 변수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지는 경기도 있을 수 있다. 올해는 어린 선수들의 경험이 적어 생긴 문제라고 본다. 세대 교체를 하기 위해 겪어야 할 진통으로 생각한다.

-전현정: 한국 팬으로서는 아쉬웠지만, 롯데 팬으로서는 롯데 선수들이 잘했다고 생각해 만족했다. 이번 WBC에서는 전반적인 선수 기용이나 투수 교체를 할 때 코치나 감독의 선택이 아쉬웠다. 서튼(현 롯데 감독)과 같은 명장이 감독을 맡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최린: 이번 WBC 국가대표팀의 감독은 국가대표 전문 경험이 적은 이강철 감독이 맡았다. 국가대표 전임 감독이 아니다 보니 선수 파악 시간도 부족하고 호흡을 맞춰 볼 시간도 적었던 점이 큰 문제가 됐던 것 같다. 또 선수의 연봉은 계속 오르는 반면 코치진의 연봉은 큰 차이가 없다. 그 결과 은퇴 선수가 코치직으로 진출하는 비율이 감소하면서 WBC 코치진의 전문성이 떨어진 것 같다.

△야구의 인기 증진을 위해 KBO 차원에서 필요한 노력이 있다면.

-양승현: JTBC의 <최강야구>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생소할 수 있는 고교 야구와 독립 야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아마추어 야구와 독립 야구에 관심을 두게 된다면 일본의 고교 야구인 '고시엔'처럼 좋은 성과를 이룰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KBO의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석주: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기사나 영상의 조회수가 높을수록 영향력도 커진다. 구단이나 KBO 차원에서 흥미로운 콘텐츠를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구단 유튜브나 SNS를 활성화해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 주는 것이 팬들의 많은 유입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다.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PR을 많이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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