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철(정보컴퓨터학) 교수, 김태호(언어정보학) 교수 인터뷰
-챗GPT의 컴퓨터 공학적, 언어적 능력 평가
-"기존 AI와 달리 강화 학습 통해 인간 능력 뛰어넘어"
-"챗GPT의 결과를 점검하고 판단하는 건 인간의 몫"
챗GPT가 학생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다. 획기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학생들의 학습 등에 있어 상당한 편의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뿐만 아니다. 챗GPT의 출현으로 향후 교육법에 대한 논의와 직업 전망도 달라지고 있다. 이를 두고 권혁철 교수는 "챗GPT는 무한한 가능성이고, 무한한 도전이며, 무한한 공포"라고 표현한다.
이에 <채널PNU>는 지난 5월 9일과 23일 우리 대학 김태호(언어정보학) 교수와 권혁철(정보컴퓨터공학)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나 챗GPT의 기술 발전성과 한계, 앞으로의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권혁철(정보컴퓨터공학) 교수
△기존 AI 챗봇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챗GPT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강화 학습을 통해서 쉽게 학습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이슬란드어는 사용자가 적어 학습량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최근 챗GPT에 100개의 문장을 강화 학습한 결과 성능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기존 번역 프로그램이라면 수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해 최소 2~3년은 걸렸을 작업을 단기간에 학습한 겁니다. 기존 AI 챗봇 서비스의 경우, 정해진 데이터 내에서 규칙을 이용하기 때문에 질문 내용이 조금만 달라져도 전혀 대답을 못합니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질문할지 예측하고 정보를 사전 입력해 놔야 하죠. 하지만 챗GPT는 굉장히 적응력이 커서 거의 모든 질문에 답을 해 줍니다.
△현재 챗GPT가 가진 영향력이 상당한데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저도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매스컴을 통해 챗GPT의 세계적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기존 인공지능 기술은 특정한 영역에 대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챗GPT는 학습을 통해 인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불특정 분야에 대해서도 답변할 수 있어요. 현재 GPT만으로 우리 학과(정보컴퓨터학) 학부 3학년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프로그래밍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최소 한 달 동안 노력해야 C++ 언어에서 파이선으로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을 30분 만에 바꾸기도 해요. “모든 걸 다 해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지나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만큼 챗GPT의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할 것으로 봅니다.
△챗GPT가 가진 한계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큰 한계점은 거짓을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챗GPT는 가진 정보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어떻게든 답을 생성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거짓 정보를 내게 돼요. 이런 현상을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저에 대한 정보를 물어봤을 때, 제가 아닌 ‘권혁철’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평균적인 데이터를 수집해서 대답한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거짓 정보 유포의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실질적으로 생산형 AI를 만드는 회사의 협조 없이는 챗GPT가 생성한 정보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챗GPT를 사용하되, 질문의 수준을 높여 양질의 정보를 얻어내는 겁니다. 분반당 20명 정도의 강좌를 개설해 학생들이 챗GPT에 질문을 던져 보는 수업은 어떨까요. 챗GPT를 통해 정보를 얻고, 이를 토론하는 시간을 제공한다면 챗GPT의 답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요.
-인공지능은 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할 겁니다.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이런 문제를 극복해야 하죠. 우선 단순 노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해요. 사라지는 직업이 있는 만큼 새로운 직업 역시 창출하며 조화를 이뤄야 하고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술의 발전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단 겁니다.
△학생들은 어떻게 챗GPT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저도 요즘 강의를 준비할 때 챗GPT를 사용합니다. 아주 짧은 시간에 강의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어 항상 검색 엔진을 함께 이용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직접 검색하며 챗GPT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다시 확인하기 위한 겁니다.
학생들도 챗GPT를 이용하며 얻은 정보가 진실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능하다면, 학생들이 챗GPT를 통해 얻은 정보에 대한 진위 여부를 논의하고 구체적으로 재질문하는 등의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겁니다. 이러한 학습 방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김태호(언어정보학) 교수
△기존 AI 등이 인공어 처리 방식을 이용한 것과 달리 챗GPT는 자연어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이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요.
-인공어와 자연어는 각각 컴퓨터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로 생각하면 됩니다. 인공어(Artificial Language)는 컴퓨터에게 특정한 명령을 내릴 목적으로 만든 언어예요. 모든 것이 규칙화돼 있고, 정해진 문법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에 문법에 맞지 않으면 작동되지 않습니다. 반면 인공어와 달리 인간의 소통 언어인 자연어(Natural Language)에는 수많은 변이가 존재하고, 문법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대체로 잘 작동됩니다.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어에 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과 데이터 처리 능력이 필요합니다. 챗GPT의 기반이 된 머신러닝·딥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엄청난 양의 자연어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게 된 것이죠.
△챗GPT를 포함한 지금의 AI 기술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챗GPT 출현 이전에는 AI의 자연어 처리 능력이 인간의 언어를 흉내내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와 AI 기술의 급성장으로 나타난 챗GPT를 처음 접했을 때 그 능력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학생들에게 내준 영어 작문 과제 교정을 챗GPT에 시켜보자, 불과 10초도 안 돼 교정을 마쳐 거의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제 개인 연구 논문에도 챗GPT를 활용한 결과 논문을 부분 교정하고 새로운 어휘 표현을 제시하는 등 굉장히 뛰어난 수준의 언어적 능력을 보였습니다.
△인간의 언어 능력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요.
-많은 사람이 챗GPT가 자연어를 인간처럼 사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인간과 AI의 언어 소통 방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인간은 대화할 때 문맥과 비언어적 표현을 인지하고 배경지식까지 고려하지만 AI는 이런 부분에서 아직까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어의 '예'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기능으로 사용되고, 인간은 그 기능을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AI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과 달리 AI는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생성해내는 대신 비문법적 문장을 처리하는데 있어 아직 어려움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챗GPT를 올바르게 활용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인간이 했던 단순한 정보 수집 작업은 챗GPT를 사용하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언어 학습과 같은 교육 분야에서 AI 기술이 인간 역할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AI 회화 튜터 ‘SPEAK’도 그런 사례들 중 하나죠. 사람들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AI 출현 이전에도 직업의 패러다임은 계속해서 바뀌어 왔지만, 현재는 그 속도가 굉장히 빨라진 겁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니, 챗GPT와 같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또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거나 데이터를 창조하는 능력 등 AI가 할 수 없는 것들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챗GPT에게 일을 시킬 수 있지만, 그 결과를 점검하고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챗GPT를 잘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챗GPT 사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올바른 목적에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관련기사
- How Can We Use ChatGPT Properly?
- [챗GPT] '척척박사' 챗GPT,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 [문창뷰파인더] "챗GPT로 과제, 굳이 막을 필요 있나요?"
- 챗GPT로 레포트 '뚝딱'··· 우리 대학도 대응책 고심
- [영상] C15Y EP 05. ChatGPT | 무한한 가능성과 공포
- [Chat GPT] Unlimited Possibilities and Fears. The Choice is up to You
- 'AI 무임승차' 당한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
- "AI 경쟁 시대, 대체 불가능한 인재돼야"
- 애매모호한 AI 저작권 문제··· 돌파구는 '수익 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