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29일 이틀간
-부산국제공연예술제 열려
-10개국 19개 팀 참여 눈길
-시민들 모여 호응 보내
‘두둥퍽 두타닥 챙다팅.’ 흔히 듣기 힘든 이상한 소리가 부산대학로에 울려 퍼졌다. 이탈리아에서 온 공연자는 길 한가운데 앉아 드럼 스틱으로 생활 쓰레기를 열심히 두들겨 댔다. 다 쓴 식용유 캔과 녹슨 무쇠 웍은 악기 역할을 해내며 ‘진짜 드럼’으로 변신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어느새 멈춰 서서 ‘폐드럼 그루브’ 공연을 지켜보며 공연자의 움직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채널PNU>는 지난 9월 28일과 29일에 걸쳐 금정문화재단이 주관한 ‘2024 부산국제공연예술제’를 찾았다. 예술제는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인근에 있는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인근과 부산대학로 일대에서 열렸다. 금정문화재단에 따르면 올해 예술제는 국내외 19개 팀이 참여해 연극과 악기 연주 등을 선보였다. 국제공연예술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에콰도르 △칠레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등 9개 국가의 해외예술가들이 초청돼 무대를 꾸몄다.
특히 올해 예술제는 온천천 근처에서만 열렸던 지난해와 달리 부산대학로까지 공연이 열려 시민들이 거리를 오가며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예술제엔 총 4곳(△부산대역 밑 어울마당 △부산대역 앞 문화나눔터 △부산대 젊음의 거리 일대 2곳)이 무대 공간으로 활용됐다. 금정문화재단은 “요즘 침체된 부산대학로 상권에 도움이 되고자 시민들이 공연을 즐기며 주변 상점들도 이용했으면 해서 장소를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술제 동안 부산대학로 곳곳에선 칠레 팀의 서커스 공연이나 에콰도르 팀의 인디오 무대 공연 등 평소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공연이 이어졌다. 이번에 참가한 19개 팀 중 외국인 극단은 9개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기다리지 마!’라는 제목의 연극을 준비한 일본 여성 극단 ‘NOANGIE’의 안지(24세) 씨는 “일본 소설인 ‘기다림’을 바탕으로 공연을 준비했다”며 “인격이나 존재가 상품화되어 소비되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표현하기 위해 20세 소녀와 자신의 가치를 잃은 망령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얘기했다.
우리 대학 졸업생으로 구성된 국악 밴드 공연은 예술제에 한국의 색감을 더했다. 우리 대학 한국음악학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이서 밴드’는 한국을 소재로 하는 음악 ‘아름다운 나라’와 ‘새타령’ 등을 선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무대를 전했다. 이서 밴드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는 박소현(한국음악학 14, 졸업) 씨는 “작년에도 참가했는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며 “관객분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 (공연 중에) 감격스러운 순간들이 있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관객들은 공연자의 리듬에 맞춰 손뼉 치며 공연을 즐기기도 했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공연자들의 무대에 몰입하기도 했다. 무대를 놓치지 않으려 핸드폰으로 무대 전체를 녹화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 28일 아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러 왔다는 구스타보(45세, 부산 금정구) 씨는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공연이 너무 재밌었다”며 “공연을 처음 보러 왔는데 다음 공연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시간표에 따라 오늘 더 보고 내일 또 올 거예요”라고 얘기했다.
어머니와 함께 무대를 본 이지후(12세, 부산 금정구) 씨는 ‘폐드럼 그루브’ 공연이 끝난 뒤 직접 드럼 스틱을 잡고 공연자가 사용했던 쓰레기들을 두들겨봤다. 그는 “공연을 봤을 때 저도 (폐드럼을) 한 번 쳐보고 싶었는데 쳐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7년 ‘부산거리예술축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부산국제공연예술제는 올해로 7회째다. 금정문화재단은 공연예술 분야 활성화를 통해 지역 예술가 지원과 지역민에게 수준 높은 문화를 누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축제를 시작했다. 금정문화재단 박보승 대리는 “앞으로도 우수한 예술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시민들이 공연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문화 수용자가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