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우리 대학 중운위,
-이창준 총학생회장 파면 결정
-학교 이름으로 클럽 방문에
-언론 탄압·학내 대자보 고소 등
-갖은 논란에 학생회도 등 돌려
우리 대학 제56대 총학생회 P:New를 이끈 이창준(지질환경과학, 22) 씨가 파면됐다. 총학생회 회원 자격까지 박탈돼 해임보다 더 높은 수위의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연이어 터진 △클럽 △학내 언론 탄압 △학내 대자보 고소 등 논란에 이창준 총학생회장이 학생 사회의 신뢰를 잃은 결과로 보인다. 우리 대학에서 총학생회장이 강제 해임된 건 2018년 총학생회장단 ‘위잉위잉’ 이후 6년 만이다.
8일 우리 대학 총학생회 공식 SNS의 공고문에 따르면 지난 5일 우리 대학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를 중심으로 열린 ‘징계위원회(징계위)’는 이창준 총학생회장의 ‘회원으로서의 제명’과 해임을 결정했다. 이들은 우리 대학 재학생이 발의한 ‘총학생회장 징계 건의문’을 바탕으로 이 총학생회장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다. 건의문에는 이 총학생회장을 둘러싼 △클럽 논란 △대학 언론 탄압 논란 △학생 구성원 고소 논란이 포함됐다.
징계위 결과 이 총학생회장의 회원 자격이 사라지는 동시에 총학생회장의 직위가 상실됐다. 이 총학생회장이 받은 징계는 총학생회칙이 규정한 최고 수위(6호)다. 공고문에 따르면 ‘클럽 관련 논란’에 대해 징계 6호(회원으로서의 제명)가, ‘대학 언론 탄압 논란’에 대해 징계 5호(대의원 제명)가 내려졌다. 회원 자격을 상실하는 동시에 신분 보장 조항에 따라 그 직위도 상실하게 됐다. 학생 구성원에 대한 고소 건에 대해선 더 이상 학생 회원이 아닌 자에 대한 징계의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별도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파면 움직임엔 우리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번진 ‘총학생회장 클럽 논란’이 도화선이 됐다(<채널PNU> 2024년 11월 5일 보도). 지난 2일 에브리타임엔 ‘총학생회장 부산대 이름 달고 클럽 갔네’라는 제목으로 이창준 총학생회장이 공유한 SNS 영상이 올라왔다. 10초 길이의 영상에는 “부산대 총학생회 파이팅, 부산대 꼴통 000(클럽명)은 00핑(관계자명)”이라는 글씨가 적힌 부산시 서면 소재의 모 클럽 전광판 모습이 담겼다. 이 소식은 온라인 유명 커뮤니티에도 퍼져 세간에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총학생회장은 <채널PNU>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안일한 생각으로 이루어진 해프닝이자 실수였다”며 논란 속에 언급된 관계자의 진술서를 중운위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진술서엔 “(직원에 초대받은) 클럽 게스트 입장 시 클럽 내 전광판에 이름을 띄워주는 이벤트가 있었다”며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은) 어떠한 요청도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이 총학생회장은 징계위에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상당 시간 설명했으나 징계위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징계위가 강한 처분을 내리게 된 원인에는 총학생회장의 반복된 논란으로 인해 누적된 불신이 있다. 이는 전체 대의원 중 절반 이상이 ‘총학생회장 해임안 발의’와 ‘임시대의원총회(대총) 소집’에 동의 서명서를 제출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징계위를 열기 하루 전인 지난 4일 확운위는 △총학생회장에 대한 학생 사회의 신뢰가 무너진 점 △질타를 받을 만한 행보가 처음이 아닌 점 △총학생회장으로서 자질에 상당한 의심이 가는 점을 근거로 대의원들의 의사를 확인했다(<채널PNU> 2024년 11월 4일 보도). 이틀 만에 대의원 157명 중 90여 명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 서명서를 전달한 인문대학 김준서(국어국문학, 19) 학생회장은 “대의원들의 서명을 학우들의 의견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리는 데 합리적인 근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 총학생회장을 둘러싼 비판 여론은 올해 초부터 이어졌다. 지난 3월 18일 이 총학생회장은 ‘막말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정치인의 출마 선언 기자회견 현장에 참석하며 논란이 일었다(<채널PNU> 2024년 3월 19일 보도). 이를 비판하고 총학생회장을 규탄하는 대자보와 현수막이 학내 곳곳에 붙었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총학생회장단 규탄 학생 모임’은 사회과학대학 앞 예원정에서 학과점퍼 시위를 진행했다. 당시 징계위는 이 총학생회장에게 가장 낮은 수위인 ‘사과문 권고’ 징계를 처분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일었다.
평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이 총학생회장의 행보도 학생 대표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복수의 학생회 관계자는 지난 8월 열린 총학생회 워크숍에서 이 총학생회장이 지난 학기에 불거진 ‘막말 정치인 응원 논란’에 대해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가 총학생회의 리더십을 끊임없이 갉아먹고 있다는 신호는 여러 번 관측됐다. 일부 확운위원은 지속적으로 정기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정기 대총은 재적 대의원 수 미달로 6년 만에 무산됐다. 사전에 일정이 합의된 대총 개회를 위해 필요한 인원은 전체 159명의 대의원 중 공결 등 의결권이 무효 처리된 인원을 제외하면 62명(38%) 수준이었지만 그마저도 자리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이 총학생회장이 ‘부산대학교 언론사의 혁신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서신을 지난 10월 15일 우리 대학 총장에게 보내 언론사 주간교수를 비롯한 교직원의 해임을 요구한 사실과 학내에 작성된 대자보 일부를 경찰에 모욕죄로 고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채널PNU> 2024년 11월 5일 등 보도).
결국 지난 12월 1일 “새로운 부산대를 만들기 위한 열정으로 가득 찬 이 마음을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하루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히며 62.48%의 지지로 당선된 이창준 총학생회장은 임기 종료일인 12월 24일까지 49일을 남기고 ‘학생들의 손에 의한 파면’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총학생회장은 2주간의 인수인계 기간을 거친 뒤 오는 20일 자정부터 총학생회 업무 자료에 대한 접근이 불가하다.
이후 서승범(대기환경과학, 21) 부총학생회장이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을 맡아 남은 기간 이끌어갈 P:New의 동력은 급격히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총학생회는 △관련 논란으로 인한 실망감 △피선거권 회복 등으로 인해 집행 인원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지난 5일 총학생회 SNS엔 내부 사정으로 인해 상주 활동 및 일상 복지 사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내용의 안내가 올라오기도 했다.
총학생회장이 파면되는 혼란 속에 우리 대학은 이달 말 2025학년도 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징계위에 따르면 이 총학생회장의 총학생회원 제명은 졸업 시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에 이 총학생회장은 학생 자치에 대한 선거권·피선거권을 비롯해 모든 활동에 대한 참여와 요구가 제한된다. 선거는 오는 12일부터 25일까지 선거운동기간을 거쳐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7시 사이에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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