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해 1월 시작할 트럼프 2기
-과거 추진한 비다양성 정책과
-선거 유세서 보인 차별 발언에
-사회 갈등 다시 커질까 우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며 다양성을 지켜왔던 미국의 정체성이 흔들릴 기로에 놓였다.

28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월 7일 당선된 트럼프가 다음해 1월 재집권을 앞둔 가운데 그간 트럼프가 내건 비(非)다양성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다민족·다문화 사회에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는 앞선 집권에서 인종차별적 행보를 보인 것은 물론 이번 대선에서도 국가 안보 강화와 경제적 안정을 이유로 △불법 이민자 추방 △백인 우호적 차별금지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두고 정치외교학 교수들은 미국 사회 내 정치적·정서적 양극화 심화를 우려한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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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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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논란, 다시 시작하나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되면 다양성과 포용 정책의 근간인 ‘차별금지법’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차별금지법은 △인종 △성별 △나이 △성적 지향 △장애 △종교 등 특정 특성에 기반한 차별을 방지하고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동등한 기회를 누리고 조화롭게 살아갈 기반을 마련한 제도적 장치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집권 당시 이러한 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것과 다른 기조를 보였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0년 9월 22일(현지 시각),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성 교육을 ‘분열적이고 반(反)미적인 정치적 선동’으로 간주하고 이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정책’ 또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 기간 중 내세운 핵심 공약은 불법 이민자 추방이다. 지난 11월 7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국경을 강하고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며 “대량 추방을 자신의 행정부가 선택의 여지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선거유세에서도 “이민자들이 우리의 피를 오염 시킨다”고 말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가 발효했던 ‘무슬림 여행 금지령’도 복원될 가능성이 두드러진다. 2017년 1월 27일 트럼프는 ‘국가 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이란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등 무슬림 다수 국가 7개국의 국민과 난민의 미국 입국을 각각 90일, 120일 금지하는 것을 발효했으나 폐기됐다. 트럼프는 올해 선거 유세 현장에서 만약 자신이 당선되면 시 새 정부가 출범하는 첫날 일부 무슬림 국가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비판도 나온다. 미국 시민사회는 트럼프의 무슬림 여행 금지령 복원 추진이 헌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한다. 미국의 비영리 인권 단체인 ‘미국 시민 자유 연맹’은 “이 금지령(무슬림 여행 금지령)이 정부가 특정 종교를 선호하거나 불리하게 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미국 헌법 제1조 수정안의 설립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위대하게”?

전문가들은 이러한 트럼프의 재집권을 두고 단순히 한 정치인의 부상이 아닌 전통적 주류 계층과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 사이의 긴장을 상징한다고 평가한다. 서강대 하상응(정치외교학)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의 대표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과거 주류 계층이 지녔던 안정성과 권위를 되찾으려는 열망을 반영한다. 하 교수는 “트럼프가 대변하는 목소리는 전통적으로 미국 사회 주류였던 △백인 △개신교 신자 △고등학교 졸업자 △남성 △시골 지역 거주자들의 쇠퇴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비록 과반수를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이들은 상당히 강력한 정치적 세력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부경대 차재권(정치외교학) 교수 또한 트럼프가 단순히 정치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 구조와 긴밀히 연결된 인물임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 사회가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는 “미국 사회의 기본적인 사회 배분의 구조가 트럼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행보를 통해서 자신에 대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고, 정책적 차별을 통해 백인 중심의 주류 사회의 요구를 부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유색인종이 아닌 백인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금지법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Axios)의 지난 4월 1일(현지 시간)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백인을 위한 차별금지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 교수는 “입법은 의회의 권한이 필요한 것이니 트럼프가 하는 이야기 대부분은 대통령 자격만으로 일방적으로 못하는 것”이라며 “미국 정치 체제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과 인종차별적 발언은 미국 사회에 분열을 일으키며 국가의 정체성까지 저해할 수 있단 우려가 인다. 우리 대학 김지훈(정치외교학) 교수는 “반이민 정책이 포괄하는 △인종 △민족 △국가 범위가 제한적일 때까진 별다른 영향이 없을지라도 포괄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경우 자국민을 보호하려던 본래 목적마저 훼손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촉발된 인종 간 갈등은 양극화를 통해 사회적 양극화까지 이어지며 미국 내의 양극화나 분화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은 미국 사회에 통합을 이끌기보다는 분열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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