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대학은 고정 슬로건을 쓰지만
-우리 대학은 신임 총장 마다 달라져
-입시생과 재학생 모두 아쉽단 반응
-홍보실 "구성원 합의 필요한 사안"
정시 지원 기간을 앞두고 수험생들은 공부 자극을 위해 대학들의 슬로건을 찾아보곤 한다. 대학 슬로건은 수년 간 지속되며 학생들의 뇌리에 남는다. 우리 대학 역시 슬로건이 있으나 신임 총장에 따라 변동하고 있어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6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서강대학교) △세상은 이화에게 물었고 이화는 그대를 답했다(이화여자대학교) 등 대학의 특성을 담은 슬로건들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끈다. 하지만 슬로건을 장기간 사용하는 다른 대학과 달리 우리 대학은 고정 슬로건 없이 새로운 총장이 부임할 때마다 4년간의 학교 방향성을 담은 슬로건으로 변경된다.
역대 우리 대학 슬로건은 △One PNU, 그대 우리의 꿈이어라(김기섭 총장) △70년 전통, 함께하는 도약(전호환 총장) △Leap forward, PNU 시대를 열어가는 담대한 지성(차정인 총장) △Arise PNU, 같이 더 높게까지(최재원 총장) 등이다. 윤인구 초대 총장의 ‘진리, 자유, 봉사’라는 건학이념 아래 2000년대부터 우리 학교를 드러낼 수 있는 슬로건이 바뀌었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슬로건 탓에 우리 대학의 이미지를 확립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우리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A 씨는 “슬로건이 매번 바뀌는 줄 몰랐다”며 “다른 학교들은 그 학교를 대표하는 문구가 있는데, 매번 바뀌면 우리 학교의 정체성이 불분명할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을 목표로 2025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응시한 수험생 B 씨 또한 “학교별 슬로건을 적어두고 공부 자극을 받았다”며 “이화여대의 ‘세상은 이화에게 물었고, 이화는 그대를 답했다’와 부산대의 ‘One PNU, 그대 우리의 꿈이어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채널PNU>가 우리 대학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현재의 슬로건을 알고 있는 학생은 20.4%에 불과했다. 63.3%의 학생이 우리 대학 슬로건을 이전 차정인 총장 슬로건인 ‘Leap Forward, 시대를 열어가는 담대한 지성’으로 알고 있었다.
슬로건 자체가 대학 브랜딩에 영향을 주다보니 국내 여러 대학이 슬로건 설정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총학생회의 주도하에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존의 영어 슬로건이 학교의 정체성을 완전히 드러내지 못한다는 의견을 수용해 지난해 한글 슬로건을 새로 공모했다. 그 결과 슬로건 ‘예로부터 나라의 인재는 성균에 모여 왔으니, 그대 머묾이 우연이겠는가’를 선정해 재학생뿐만 아니라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에서도 호응을 받았다. 단국대 또한 공식 슬로건이 없어 2018년 학생 공모전을 열어 활용작을 선정했다.
일각에서는 슬로건이 총장마다 다르게 구상하는 목표나 계획에 따라 좌우된다면, 그것은 대학이 아닌 총장만을 대표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슬로건은 대학교의 홍보를 위한 이미지 고착 효과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상지대학교 이희복(미디어영상광고학) 교수는 “매번 슬로건을 교체하는 것은 학교 브랜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좋은 슬로건이란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벗과 같다”고 전했다. 학교의 정체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쉽게 변하지 않아야 좋은 슬로건이라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슬로건 고정은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보실 제해치 팀장은 “새로운 총장이 취임하고 나면 바뀐 슬로건을 적용해 대내외적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통일된 슬로건을 만드는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교의 슬로건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기 때문에 무엇보다 구성원 전체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