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전공학부 위한 단과대학
-첫 입학 앞두고 지난 1일 신설
-두 달 만에 설립돼 졸속 논란
-부지 부족 등 학생 불편 불 보듯
-학교 측 "교육부 일정상 불가피"
우리 대학 2025학년도 무전공(자율전공) 입학생들이 셋방살이로 새 학기를 시작한다. 자율전공학부생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할 ‘학부 대학’ 설립이 급박하게 추진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빚어졌다. 한 단과대가 설립되는 학내 주요 사안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3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대학은 △공학자율전공 △나노자율전공 △글로벌자유전공학부 등 139명의 자율전공학부생을 선발하고, 단과대학급 학사조직인 학부 대학을 지난 1일 신설했다. 이 같은 전공자율선택제는 지난해 초 교육부가 재정 인센티브를 약속으로 내걸고 국립대를 중심으로 제도 도입을 장려하자 대학본부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우리 대학은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신입생 4명 중 1명을 자율전공으로 선발할 계획을 지난해 말 공표했다(<채널PNU> 2024년 11월 22일 보도).
⬛공간도 부지도 부족 우려
문제는 ‘학부 대학’ 설립이 두 달 만에 촉박하게 추진된 데다 학생들이 불편을 감수하게 됐다는 점이다. 우선 신입생들은 3월 한 달 동안 임시로 대학본부 3층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학부 대학이 운영될 인덕관이 내부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인덕관에는 학부 대학 △행정실 △강의실 △학습 및 휴게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사가 완료돼도 공간이 협소해 단과대학 수준의 인원을 감당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같은 우려에 우리 대학 이해준 교무처장은 “인덕관 로비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라운지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자율전공학부생들이 양산캠퍼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지도 부족하다. 공간 확보를 위해 현재 건물 두 동을 짓고 있지만, 각각 2027년 12월과 2028년에 완공되기 때문이다. 2027학년도부터 새로운 자율전공학부인 응용생명융합학부의 전공 강의가 시작되면 수업에 필요한 강의실 및 휴식 공간이 부족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2027년) 1년간은 공간이 부족하다”며 “캠퍼스기획과에서 공간 사용 계획을 검토하고 있고 가용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자율전공학부생들의 교육 여건도 평탄치 않을 전망이다. 학생들은 양산캠퍼스에 있고, 교수와 강사는 밀양캠퍼스에 있는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된다. 실습 과목의 경우, 밀양캠에 있는 농장과 연구시설을 이용해야 해 학생들이 두 캠퍼스를 오가며 수업을 들어야 한다. 다음 해에 입학할 응용생명융합학부 신입생은 양산캠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기존 밀양캠에서 수업을 듣는 선배와의 교류가 어렵다. 학교 측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학생과 교원이 대면해야 수업을 이뤄지는 시대는 끝났다”며 “매주 실습하는 기존 방식에서 3주에 한 번씩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학부 대학이 학생회가 없는 탓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새내기 배움터는 공과대학과 나노과학기술대학(나노대) 학생회가 도맡아 진행했지만, 이들은 자율전공학부생으로부터 학생회비를 걷을 권한이 없어 예산 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나노대 송영환(나노메카트로닉스공학, 21) 학생회장은 “자율전공학부생들은 나노대로 학생회비를 낼 수 없다”며 “인원은 30명가량 늘었지만, 행사 지원금은 기존과 같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뒤늦게 “학부 대학 예산이 마련되는 대로 공대와 나노대 학생회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대평 부결에도 신설된 학부 대학
대학본부가 ‘학부 대학 신설안’을 두고 학내 구성원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학부 대학 설명회’가 있었지만, 총학생회(총학) 선거 기간과 겹쳤고 전 총학은 해당 행사를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추가적인 소통 절차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후 4개월이 지나, 현 총학의 주도로 학부 대학 설명회가 지난 2월 25일에서야 열렸으나, 이미 학부 대학 설립이 확정된 상태였다. 이날 설명회에는 우리 대학 단과대 학생회 소속 40여 명이 자리했지만, 소식을 처음 접한 학생이 대다수였다. 한 학생의 경우 자율전공으로 인해 본인의 전공이 다른 단과대학으로 옮겨진다는 내용을 현장에서 처음 알게 돼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학부대학을 설립하기 위한 행정 절차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 1월 14일 교수회관에서 열린 대학평의원회(대평)에서 출석 평의원 12명 중 절반 이상이 기권해 ‘학부대학 신설안’을 부결한 것이다. 이들은 “직원과 학생 등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안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내용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심의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학부대학 설립을 담당하는 교무처는 학칙에 의거해 재심의 없이 통과시켜, 대평이 규탄문을 내고 심의 보이콧을 선언하는데 이르렀다. 커진 갈등은 결국 대평이 학부 대학 설립을 위한 학칙 개정에 찬성하며 봉합됐지만,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파열음이 빚어졌단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 대학 측은 이 같은 ‘학부 대학 졸속 추진’ 논란에 대해 이미 신입생을 뽑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정해둔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교무처장은 “당장은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행정 절차상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자율전공제도가 앞으로 우리 대학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교육과정인 만큼 구성원들과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자율전공제가 더욱 확대될 2026학년도까지는 해결책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 부산대학교 자율전공이란
우리 대학 자율전공학부에는 유형Ⅰ(완전한 자율선택)과 유형Ⅱ(일정 범위 내 선택)가 있다.
2025학년도에는 유형Ⅱ에 해당하는 △공학자율전공 △나노자율전공 △글로벌자유전공학부 신입생 139명이 학부대학에 입학했다. 공학자율전공 신입생은 다음 해에 첨단학과 6개 학과(△고분자공학 △유기소재시스템공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반도체공학 △산업공학) 중 하나를 선택한다. 나노자율전공은 마찬가지로 3개 학과 (△나노에너지공학 △나노메카트로닉스공학 △광메카트로닉스공학) 중 하나를 선택한다. 글로벌자유전공학부 신입생은 문화예술컨텐츠 전공을 중심으로 학사과정을 밟게 된다.
2026학년도부터는 유형Ⅰ에 해당하는 ‘자유전공학부’가 생기며 전공자율선택제가 확대된다. △자유전공학부 △첨단융합학부 △응용생명융합학부 △글로벌자유전공학부 등 4개 학부에 신입생 630명이 입학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