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김탁환 작가 초청해
-올해 첫 저자와의 만남 개최
-"전쟁과 이별에도 작품 이어간
이중섭의 예술과 삶에 주목"
“화가 이중섭처럼, 여러 경험을 하고 헤매면서 자신에게 맞는 장르를 찾아내세요.” 역사소설의 대가 김탁환 작가가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의 삶을 토대로 쓴 자신의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강연을 펼쳤다.
우리 대학 도서관은 지난 3월 20일 새벽벌도서관 새벽마루에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원작, 영화 ‘조선명탐정’ 원작 등을 집필한 김탁환 작가(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부교수)를 초청해 올해 첫 ‘저자와의 만남’을 개최했다. 30여 년간 30편 이상의 장편소설을 집필하며 역사와 인물을 탐구해 온 김 작가는 지난해 9월 1950년대 이중섭의 삶을 소설 ‘참 좋았더라’로 풀어냈다. 이번 강연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 중계됐으며, 우리 대학 구성원과 지역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탁환 작가는 예술가의 삶과 인생에 대한 고민을 소설에 담고 싶어 이중섭이란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내가) 30대에 소설가로 등단했지만 제대로 된 작가는 아니었다”며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 신중한 작업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인간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경지에 도달하거나 한계에 이르게 되는가’라는 질문이 떠올랐고, 전쟁과 이별을 겪으면서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이중섭을 주목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걸작 ‘소’를 탄생시킨 이중섭은 비극적인 생애로도 유명하다. 이중섭은 한국 전쟁 발발 후 원산에서 부산, 제주도를 거쳐 머물다 가족을 일본으로 보내야 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으나 아내가 폐결핵에 걸리면서 다시 통영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러다 휴전이 되면서 일본과 원산으로 돌아갈 길이 막혀 가족을 절절히 그리워하다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전쟁 속에서도 한계를 돌파하며 위로 올라가려 했던 인물이지만, 결국 추락했다”며 “소설에서는 그가 올라가는 과정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또한 전쟁이 이중섭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하며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서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조명했다. 그는 이중섭의 작품 중 ‘복사꽃 위로 하얀 새가 내려앉은 그림’을 예로 들며 “이 그림은 피난과 희망을 동시에 표현한 것”이라며 “전쟁을 겪었기에 그런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에게 보낸 엽서화가 인상주의에서 입체파, 초현실주의로 변화한 점을 언급하며 “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이러한 변화도 없었을 것”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후에도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과 질문이 이어졌다. 한 지역주민이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묻자, 김 작가는 “작업 기간을 3년으로 설정하면, 1년 동안은 자기 확신이 들 때까지 질문을 갈고 닦는다”며 “질문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작업을 시작하지 않으며, 좋은 질문을 위해 철저한 구상과 자료 조사, 답사를 거친다”고 답했다. 우리 대학 재학생 정혜경(식품영양학, 21) 씨는 “이중섭 화가를 좋아해 강연을 들으러 왔다”며 “화가의 삶뿐만 아니라 김탁환 작가의 내공과 인간적인 면모까지 느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우리 대학 도서관은 올해 6회의 ‘저자와의 만남’과 2회의 ‘알쓸신작(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신비한 작가사전)’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3월 4일부터 14일까지 ‘뱀bassador 이벤트’를 열어 강연을 통해 만나고 싶은 인물을 조사한 바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반영해 의미 있는 강연자들을 초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