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김초엽 SF 작가 초정
-초청 희망 조사서 1위 차지
-"일상서 경이감 느낄 수 있어"
-"다른 존재의 관점 이해해야"
“경이감은 우주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타인을 만날 때 발견할 수 있는 아주 일상적이고 흔한 감각이에요.” SF 소설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김초엽 작가는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경이감과 같은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어제(21일) 우리 대학 도서관은 새벽벌도서관 새벽마루에서 올해 두 번째 ‘저자와의 만남’을 개최했다. 강단에는 SF 소설 ‘지구 끝의 온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을 집필한 김초엽 작가가 섰다. 그는 2017년 작품 ‘관내분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도서관에 따르면 김 작가는 올해 초 도서관에서 진행한 ‘초청 강연 희망 저자 수요 조사’에서 우리 대학에 방문한 적 없는 작가 중 1위를 차지했다.
김초엽 작가는 나와 다른 존재의 관점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경이감이 생긴다고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움벨트’를 예시로 들었다. 움벨트는 환경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로, 20세기 동물학자들이 동물의 감각 세계가 인간과 얼마나 다른지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인간이 숲을 산책할 때 느끼는 시각적, 후각적 요소와 땅속에 사는 지렁이가 느끼는 요소는 다르다. 같은 공간에서도 각 존재가 서로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김 작가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물들은 각자가 다른 주관적 경험으로 너무나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작품에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과 입장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인 ‘지구 끝의 온실’은 ‘사이보그가 된다는 것은 사실 되게 귀찮은 일이 아닐까?’라는 막연한 상상에서 출발했다. 작품의 주인공은 몸의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한 사이보그로, 정작 자신의 몸을 스스로 정비할 수 없어 타인의 보살핌에 의존하는 인물이다. 김 작가는 “현실에도 사이보그처럼 이식된 기계의 불편함이나 기계를 다루는 사람과의 갈등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이가 있다는 걸 작품에 담아내려 했다”며 “나와 다른 존재의 관점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타인의 ‘움벨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SF의 비현실적인 과학 기술이 사실은 현실과 맞닿아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작가가 현실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결국 작가가 가져오는 여러 요소는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 SF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여겼던 김 작가는 그의 작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독자 후기를 본 후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작품을 보면 우주 개척 시대에 사는 주인공 안나는 가족들을 다른 행성으로 보내고 뒤따라가던 중, 항로가 끊겨 혼자 남겨진다. 김 작가는 “해당 작품의 후기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자식을 보러 가던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실 SF는 (표현만 다를 뿐) 우리 사회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전에 참석자가 제출한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김 작가는 “소설을 집필할 때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나요?”라는 질문에 “내가 사용하는 창의력은 과학의 창의력과 비슷하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닌, 레퍼런스를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연결해 새로운 관점으로 소재를 바라본다”고 답했다. 우리 대학 재학생 이하린(정치외교학, 24)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작가님 강연이라 신청하게 됐다”며 “강연을 들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