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 후 학술토론회에
-40여 명의 전국 교수진 모여
-경쟁 유도하는 교육 정책 비판
-교수사회 단결 등 해결책 모색
“학문과 자율성이 존중돼야 할 대학이 개인 간의 경쟁과 시장 논리에 잠식되고 있다.” 고현철교수기념사업회가 ‘대학 공공성의 위기와 개혁 방향’을 주제로 故 고현철 교수 10주기 추모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40여 명의 교수진들은 고인의 뜻을 기리며 자본 논리에 약화된 학내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8월 14일 우리 대학 인덕관에서 열린 학술토론회는 부산대교수회와 전국교수연구자연대도 함께 주최했다. 환영사를 맡은 우리 대학 이용재(문헌정보학) 교수회장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한국 고등교육의 문제를 깊이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개최 목적을 밝혔다.
토론회 기조강연을 맡은 서울대 김명환(영어영문학) 명예교수는 ‘총장 직선제’만으로 학내 민주주의가 완성되기 힘들다고 지적하며 ‘대학 민주주의’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행 총장 직선제는 총장 후보와 교수 간의 부정 결탁, 총장 후보의 포퓰리즘 공약 남발 등으로 민주주의 정신을 위협할 요소가 있다”며 “고현철 교수의 희생 의미를 살리려면 학내 거버넌스부터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수 사회의 노력과 단결이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비정규 교수 또한 ‘대학평의원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소극적 지원으로 인해 대학의 경쟁력이 기업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방치하면 어떤 젊은이들이 연구 직종을 택하겠냐”며 “모든 교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야 말로 대학 경쟁력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국립대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충남대 정세은(경제학) 교수회장은 “글로컬대학30 등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해 지원하는 전 정부의 신자유주의 대학 정책이 지역대학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고등교육 환경에 대한 전 정부의 이해 부족에 있다고 분석하며 대학만의 특수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별도 기관과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초중등 교육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전담할 기관 시설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의 정책 독점 방지는 물론 대학이 안정적인 재정 확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사 처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상룡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현재의 국가 정책이 강사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의 연구를 추구해야할 대학에서 연구 성과에 따라 재정 지원을 차등 지급하는 국가 정책과 BK21·HK 등 사업비 위주의 연구 행태로 인해 강사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국가가 강사에게 기본 급여를 보장하는 등 강사들이 안정적으로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학술계가 활발해지고 대학의 공공성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개혁방안 등이 논의됐다. 충남대 최인호(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이 18만 명이다”라며 “2040년 예상되는 학령인구가 약 25만 명인 것을 감안했을 때 고등교육 개혁 없이는 거점국립대가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 교수는 현 정부가 해야할 고등교육 개혁 방향성으로 △반값등록금법안의 수정 및 대학재정확충 △총장·재단의 권한 견제 △교육부의 관료주의 모델 탈피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간의 합리적인 구조조정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학술토론회가 열리기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우리 대학 10·16 기념관에서 ‘고현철 교수 10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고현철교수기념사업회와 우리 대학 교수회, 대학본부가 공동 주최한 이번 추도식에는 △전국공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등 학내외 구성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8월 우리 대학 인문관 2층에 조성된 ‘고현철교수 기념강의실’을 둘러보고 인문관 앞 추모조형물에 헌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