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효과, 국중박 인기몰이 중
-한국 특유 정서와 보편적 감각 융합
-공존하는 전통·현대에 전세계 열광

#1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 굿즈를 살 수 있는 뮷즈(MU:DS) 매장은 ‘까치 호랑이 배지’를 구매하려는 외국인들로 붐볐다. 지난 8월 29일 그곳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 “주말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보고 오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덴마크에서 한국으로 관광 온 그는 평일 오전임에도 북적이는 박물관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2 박물관의 핫플레이스인 ‘사유의 방’에서 만날 수 있는 반가사유상 앞에서는 해설사의 설명에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휴대전화를 사진을 남기는 관람객들이 가득했다. 박물관 로비에 전시된 '경천사 십층석탑'의 건물 3층 높이에 달하는 규모를 바라본 외국인들은 발걸음을 맞춰 육성으로 감탄했다.

지난 8월 21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 단체로 입장하고 있는 외국인 관람객들. [채널PNU]
지난 8월 21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 단체로 입장하고 있는 외국인 관람객들. [채널PNU]
지난 8월 21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1층 뮷즈샵이 상품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채널PNU]
지난 8월 21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1층 뮷즈샵이 상품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채널PNU]
지난 8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 1층 경천사 십층석탑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관람객들. [채널PNU]
지난 8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 1층 경천사 십층석탑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관람객들. [채널PNU]

12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외국인들 사이에서 K문화 열풍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뚜렷이 체감됐다. 지난 6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데헌’은 지난 8월 27일 기준 누적 시청 수 2억 3,600만 뷰를 기록하며 글로벌 영화 순위 1위에 올랐다. OST는 빌보드 200에서 4주 연속 2위를 지키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취재진이 찾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러한 열기와 관람객의 방문 행렬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박물관에 따르면 관람객 수는 지난 5월과 6월에 40만 명대였으나, 케데헌이 인기를 얻은 뒤인 7월과 8월에는 70만 명대로 크게 뛰었다. 여름방학과 케데헌 공개 시기가 겹친 점도 유효했다. 유튜브 외국인 구독자는 작년 12월 대비 약 3,000명, 인스타그램 외국인 팔로워는 약 2,000명가량 늘었다.

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엄채현 담당자는 “다양한 특별전 개최, 새로운 전시실 개편, 방탄소년단 멤버 RM의 방문, K콘텐츠 흥행, SNS 바이럴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맞물려 박물관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RM이 인증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취객선비 변색잔’ 등 뮷즈(MU:DS) 브랜드의 굿즈도 외국인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K문화의 인기가 오랜 시간 축적된 ‘문화 자본’과 ‘플랫폼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 대학 정종은 교수(예술문화영상학과)는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 문화권 중심의 한류가 유튜브·K팝·넷플릭스를 거치며 세계 문화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일본은 애니메이션, 중국은 무협에 이어 이제 K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흐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들은 K문화의 인기 요인으로 한국 특유의 정서와 보편적인 글로벌 감각의 ‘융합’을 꼽는다. 한국적 요소에 익숙한 장르가 더해지며 K문화만의 매력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좀비물과 한국 사극이 만난 <킹덤>,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배틀로얄과 한국 전통 민속 놀이가 엮인 <오징어게임>은 큰 인기를 얻었다. 박물관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 “영화 <기생충>은 매우 이국적이면서도 익숙했다”며 “유럽에도 있는 계급 문제를 한국적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신선하면서도 공감됐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에서 만난 러시아 유학생 마리아 씨는 “드라마를 통해 존댓말, 예절, 회사 문화 등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융합이 한국의 역사적 배경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불과 수십 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보기 드문 국가다. 서구 선진국들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룬 근대화와 시민사회를 한국은 단기간에 경험했고, 이로 인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적 역동성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

정 교수는 “한국 사회는 서로 다른 시대의 경험과 정서가 혼재됐다”며 “이처럼 다양한 경험과 세계관이 오히려 우리 콘텐츠에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 전통과 현대,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 등 다채로운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화합물로 발전한 것이 지금의 K문화”라고 덧붙였다.

높은 완성도도 K문화 인기의 핵심이다. 우리 대학 새이지(국제학) 교수는 “타 문화와 달리 다인원 그룹의 칼군무, 비주얼 스타일링, 세계관 구축까지 철저하게 설계된 완성도가 콘텐츠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멕시코 유학생 Evelyn 씨는 “음악, 드라마, 패션, SNS까지 디테일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K팝 팬덤은 K문화의 확산에 가속도를 붙인 걸로 보인다. 페루 유학생은 “한국 패션과 음악 트렌드가 빠르게 전 세계에 퍼진다”고 전했다. 팬덤 문화는 단순 소비를 넘어 집단적 체험과 2차 창작을 동반한 주체적 문화 확산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K팝은 공동체와 실시간 소통을 결합한 독창적 시스템이며, 글로벌 팝스타들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고 했다.

그 결과 K문화가 외국인의 일상 속에 자리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대학을 다리는 미얀마 유학생은 “떡볶이, 삼겹살, 소주 같은 음식이 이제 미얀마에서 일상처럼 소비된다”고 했고, 핀란드 유학생은 “한국 화장품과 식품이 현지 소매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K문화가 지속적으로 사랑받기 위해선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는 “경제제일주의적 접근, 맹목적 성공 공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한국이 K문화 종주국으로서 정체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과제”라며 "한국 문화의 방향성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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