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기념관·공모전 역사 오류에
-우리 대학 책임 소홀 문제 지적돼
-관리 주체·전담 조직 불명확 원인
-전남대, 5.18연구소서 연구 활발
우리 대학이 20년간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 사실에 어긋나는 전시물을 게재해 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부마민주항쟁의 발원지인 대학이 역사적 가치 보존에 책임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일 <채널PNU>는 우리 대학 10.16 기념관(기념관)에 부마민주항쟁(부마항쟁)과 관련 없는 사진이 전시된 것을 확인했다. 기념관 입구 비석과 건물 내부 벽면 패널에는 대운동장을 달리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 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재단)에 따르면 이는 부마항쟁 당시가 아닌 1980년대에 촬영된 것이다. 부마항쟁을 주도한 정광민 10·16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경제학 78, 졸업)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내용을 방치하는 행위는 부마항쟁의 발원지인 우리 대학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2018년 설립된 재단이 부마항쟁 역사를 점검하면서다. 재단은 2021년 발행한 기관지 ‘시월 10호’에서 부마항쟁으로 잘못 알려진 사진 6점을 공개했다. 이 사진 가운데 하나가 우리 대학 기념관 입구 비석과 내부 벽면 패널에 걸린 사진이다.
이후에도 바로잡히지 못한 역사는 2023년 교내 행사에서도 문제로 벌어진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우리 대학이 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한 ‘부마민주항쟁 기념 학생 작품 공모전(공모전)’의 대상 수상작이 실제로는 부마항쟁과 관련 없는 시위 사진을 모티브로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재정전략실 사업정책팀에 따르면 당시 심사위원으로는 국어국문학 교수, 미술학 교수, 교직원, 우리 대학 민주동문회 관계자 등 총 4명이 참석했지만, 부마항쟁과 관련한 전문가나 인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부마항쟁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가짜 사진’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수상하는 오류가 재차 발생한 셈이다.
우리 대학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없어 바로 잡을 기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기념관 사진에 대해 학교 측, 전문가들과 개인적인 의견 교환은 있었지만, 공문을 통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없었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재단이 주관하는 행사에서는 기념관의 사진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꾸준히 알려왔다"고 말했다. 총무과 총무팀은 "기념관의 사진이 잘못됐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며 관련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이라며 "사진이 역사적으로 잘못된 기록이라는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전시물 관리 주체가 불명확한 점도 이 같은 오류를 인지하지 못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현재 기념관의 관리 주체는 총무과지만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를 담당할 뿐, 전시물의 역사적 타당성을 판단하거나 오류를 확인하는 기능은 수행하지 않는다. 총무과 총무팀은 "기념관에 사진을 넣을 때 어떤 부서가 이를 결정했는지 지금은 파악하기 어렵다"며 "총무과는 어떤 자료가 맞고 틀린지 알 수 없어 관련 부서를 확인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전을 주최했던 기획처 미래전략실도 현재는 재정전략실로 바뀌어 기념사업의 연속성도 사실상 단절됐다.
오류의 책임 소재도 파악할 수 없다. 복수의 대학본부 관계자들은 해당 사진은 기념관이 준공된 2005년 부착된 것으로, 당시 담당 부서와 관리 책임자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다고 전했다. 10.16 기념관 준공 현장에 참여했다고 밝힌 우리 대학 민주동문회 관계자는 "총무과의 요청에 따라 기념 사업회 관계자와 둘이 민주공원에서 자료를 받아 사업을 진행했다"며 "당시 사업에 참여한 모두가 잘못된 점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부마항쟁 기념사업을 총괄하고 검증하는 학내 전담 조직을 설립히거나 대학본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설 연구 단체이자 재단의 검증 기관 중 하나인 민주주의사회연구소의 차성환 감사는 "학내 연구시설로 10.16 연구소가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걸로 안다"며 "학교가 자원을 투입해 연구소가 주도적으로 부마항쟁 연구와 행사를 추진할 수 있는 기관으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부산대 안에 진정한 10.16연구소를 만들고, 지자체와 부마항쟁의 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대학의 10.16연구소는 활동이 미비한 상황이다. 해당 연구소는 통일한국연구원의 부속 기관으로 설립돼 규정에 따라 다양한 학술·연구·기념사업을 명시하지만, 실제로는 비교과 과목 '대학과 민주' 등의 교육만 간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10.16연구소장 정대성(역사교육) 교수는 "재정 및 인력 부족으로 여러 사업과 부서 활동이 거의 시행되지 못해 학내 부마항쟁 관련 행사는 미미한 수준이다"라며 "최근 부마항쟁 관련 사업을 추진할 때 연구소의 협조를 얻은 경우가 거의 없고, 대학본부의 관심과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수행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전남대는 학교 부설 연구소인 ‘5·18연구소’를 중심으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연구와 기록 보존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왜곡된 자료를 확인할 경우 비공개 처리하고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2022년 11월 9일, 5·18연구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잘못된 내용이 포함된 구술 자료에 대해 왜곡 사실을 알리고 사과하는 내용을 담는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취재진이 만난 우리 대학 학생들도 부마항쟁에 대한 기록을 정확하게 보존해야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A(20) 씨는 "부마민주항쟁의 발원지인 우리 대학이 잘못된 기록물을 전시한다는 건 큰 문제"라고 말했다. B(21) 씨는 "부산대 학생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하루빨리 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대학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부마항쟁 기념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단 측은 "향후 10.16 기념관 안의 기념물에 대해 학교 측에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총무과 총무팀은 "앞으로 부마항쟁 기념물과 관련해 진위 판단이 요구될 경우 다른 부서와 논의해 업무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979년 10월 16일 우리 대학 제1사범관(옛 인문사회관)에서 시작된 부마항쟁은 유신정권을 붕괴시키는 계기가 된 민주화운동이다. 부마항쟁은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9년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으며, 2023년에는 우리 대학 스스로 개교기념일 다음의 유일한 기념일로 채택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지난해부터 부마항쟁을 기리는 행사를 열지 않고 있으며(<채널PNU> 2024년 10월 4일 보도),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에도 불구하고 부마항쟁 역사성 기념이 미흡하단 지적을 받고 있다(<채널PNU> 2025년 9월 18일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