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박수빈 디자이너
(c) 박수빈 디자이너

성 소수자들은 적지만 학내 구성원으로 분명히 존재한다. 2020'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589명 중 231(39.2%)은 공중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음료·음식 섭취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람에 따라, 또 계절과 온도, 수분 섭취량 등에 따라 배뇨 횟수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56회 정도로 화장실을 간다. 그런데 화장실 이용이 당장 불편해 하루 종일 참고 있다가 집에 가서야 겨우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 38일 우리 대학 학내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성 소수자 기숙사 주거 문제는 좋고 나쁘고를 떠나 시설에 중요성에 관해 담론을 이끌어냈음은 분명하다. '채널PNU'는 지난 16일부터 17일 동안 넉터에서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 중립 시설 신설에 대한 찬성·반대'를 놓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판넬을 통해 직접적으로 설명한 뒤 학내 구성원이 스티커를 찬성 혹은 반대에 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성 중립 시설'은 성별 구분 없는 '모두의 화장실'이나 제 3의 성도 이용할 수 있는 기숙사로 설명했다.

(c) 한지윤 디자이저
(c) 한지윤 디자이너

학내 구성원의 의견 반으로 나뉘어

전체 응답자 583명 중 268(46.0%)이 찬성, 293(50.3%)이 반대했다. 성 중립 시설 설치에 찬성한 A씨는 남녀로 생각하면 불편함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관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것을 뉴스를 통해 많이 접했다. 이제는 정말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B씨 또한 성 중립 시설이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아이 동반 보호자에게도 편리함을 준다고 해서 찬성했다고 밝혔다.

성 중립 시설 설치에 반대한 C씨는 비수술 트랜스젠더와 기숙사나 화장실을 공유한다고 생각하니 꺼려진다고 말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반대한 D씨는 원래는 찬성했는데 미국에 설치한 성 중립 화장실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봤다. 이후 범죄에 대한 우려가 생겨서 찬성하기 힘든 것 같다고 답했다.

문창회관의 화장실. 남자와 여자 화장실로 구분된다.
문창회관의 화장실. 남자와 여자 화장실로 구분된다.

시설 설립 넘어선 근본적인 해결 필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은 응답자(22, 3.7%)도 있었다. E씨는 성 중립 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역차별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치를 해도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 특정인들만 사용하게 된다면 효용도 떨어지고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우리 대학 학생들 또한 대부분 '성 중립 시설을 모른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성소수자 기숙사 주거 문제’를 출발로 시작된 사안에 대해 청년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 단체인 ‘다움'’의 심기용 운영위원은 “성 중립적인 기숙사를 실제로 마련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학교가 대안 마련을 위한 공론장을 열거나 1인 기숙사실 마련 등 행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중립시설의 안전 우려에 대해 심 위원은 남성은 남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은 여성 사회를 만들어 서로 절대 만나지 않고 분리된 공간에서의 안전만 찾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다. 이어 심 위원은 성소수자 인권 단체도 이분법적인 성별 구도를 넘어서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사회적으로도 이런 시도가 계속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