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성소수자 인권단체, 다움 인터뷰
-"청소년 성소수자의 취약함 되풀이"
-"일상적 차별이 가장 큰 상처"
-"모두의 공간에 대한 논의 필요해"
우리의 인간관계를 생각해 본다. 키가 작은 사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운동을 잘하는 사람. 사교성이 좋거나 유명인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각자의 특성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개개인의 인간관계에서 드러나듯, 우리 사회는 저마다 다른 겉모습과 지향성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민단체 ‘다움’은 ‘다양성을 향한 지속 가능한 움직임’에서 두 글자만 따온 약칭이다. 한국 사회에 진정한 다양성의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청년 리더십 양성과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다.
'채널PNU'는 다움의 심기용 운영위원과 함께 그가 펼친 활동을 바탕으로 대학 내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 성 중립 시설에 관한 문제, 학내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합의점을 도달할 수 있을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움’을 소개한다면.
-쉽게는 ‘청년 성소수자 인권 단체’다. 지난해 청년 성소수자의 삶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청년 성소수자의 삶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취약함이 청년 시기에도 되풀이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취약함이 사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거나 정신 건강 문제 등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대학 캠퍼스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면.
-다움은 대학 청년 성소수자 모임인 ‘큐브’라는 대학 단체에서 시작됐다. 제가 소속된 모임으로 대학마다 있던 성소수자 동아리가 연합된 형태였다. 그러다보니 대학교 내 성소수자 상황을 많이 보고 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지난해 조사 결과, 성소수자들이 차별 경험을 겪는 곳 1, 2위가 대학과 기업이었다. 올해부터는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와 연계해 캠페인을 열고 직접 차별 사례는 국가인권위에 제소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학내에서 차별받는 구체적 사례가 있나.
-기숙사, 화장실, 탈의실 등 성별이 분리되는 공간에 들어가게 되면, 겉모습과 법적 성별을 중심으로 판단 받기 때문에 성별 불일치를 겪을 수 있다. 또한 에브리타임과 같은 익명 커뮤니티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을 확인하면서 받는 상처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교실과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보수적이고 차별적인 반응이 가장 힘든 문제로 파악했다.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저조한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서 말씀드린 경우가 보편적인 대학교의 모습이라면, 한국에는 기독교와 기독교 재단을 기반으로 한 종립 대학이 있다. 종립대학교는 입학식에서 ‘나는 동생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반동성의 서약을 해야 한다. 또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학생들을 징계하고 처벌하는 사건(장신대학교)도 있었고 무기정학을 시키는 경우(한동대학교)도 있었다. 물론 법적으로는 징계 취소 소송이 승소했지만 그렇게까지 성소수자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군집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 특정 종교의 반응을 정치계는 그대로 옮겨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로 정리하는데, 이를 지켜본 국민을 ‘성소수자 인권은 아직도 크게 반대가 더 큰 논쟁의 위치에 있구나’ 하고 인식하게 된다. 방송인 홍석천 씨가 커밍아웃한 게 벌써 20여 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성소수자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도 논쟁인 것이다. 성소수자를 인권으로 바라보지 않고 특정 종교 세력의 혐오나 반대 언어를 되새김질하는 정치와 언론에 책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이 성소수자 인식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소수자 인권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비당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는 미국이 경우 전체 인구의 7~1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세상을 바꾸기엔 힘이 부족할 수 있다.
-첫째는 관심이고 둘째는 ‘나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이야’하고 주변에 알리는 것이다. 성소수자들한테는 이런 지지를 표방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여기는 퀴어 프렌들리(Queer friendly)한 공간이구나, 여기 가면 내가 존중받는구나’ 라는 감각을 공간적으로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채널PNU 사무실에 무지개 깃발 하나를 꽂아 두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는 메시지가 된다. 세 번째는 1년에 한 번,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맞춰서 SNS 등에 본인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걸 표방하고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성소수자 대학생들이 학교나 학우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공간은 결국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나에게는 당연한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게 쓸 수 없는 차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라도 성별을 분리해서 남성, 여성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성 중립적으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하는 논의를 시작하면 좋겠다. 당사자들의 불편함은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 취약성과 생존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