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
-부산시, 지난해 민간 재개발 승인
-시공사 찾는 중이라며 다시 방치
-폐쇄 앞둬도 성매매 업소 운영중
-피해여성 지원 예산은 대폭 줄어

“영업하는 업소는 25개가 넘고, 오늘 마주한 ‘나까이’(성매매 호객꾼)만 해도 5명은 되는 것 같네요.” 재개발을 앞두고 폐지가 코앞이라던 부산 완월동의 현재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성매매 집결지’로 불리던 이곳에선 피해 여성에 대한 자활 지원도, 지역 재개발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된 골목 사이사이에서 여전히 성매매가 이어지고 있었다.

<채널PNU>는 지난 3월 28일 밤 부산 서구 완월동을 7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 완월동에 거주하는 성매매 피해자를 만나 지원 물품을 전달하는 ‘아웃리치’ 활동을 위해서다. 동행한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은 이 봉사활동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다시 찾은 완월동은 재개발을 한다며 철거를 준비 중이었던 7개월 전 어수선한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지난 3월 28일 밤에 찾은 완월동, 붉은 색으로 철거 예정 글씨가 적혀 있다. [최윤희 기자]
​지난 3월 28일 밤에 찾은 완월동, 붉은 색으로 철거 예정 글씨가 적혀 있다. [최윤희 기자]
부산 완월동 한 건물에 부착된 주상복합아파트 개발 문구. [최윤희 기자]
부산 완월동 한 건물에 부착된 주상복합아파트 개발 문구. [최윤희 기자]

■시간이 멈춘 완월동

여전히 완월동이라 불리는 현재 부산 서구 충무동 3가의 일대 부지를 두고 재개발 필요성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어온 전국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기 위한 논의였다. 그러던 와중에 부산시는 지난해 6월 민간 건설사의 주상복합건물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민간 재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 시민단체들은 사적 재개발은 성매매의 포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난개발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재개발을 하려면 보다 공적으로,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채널PNU> 2023년 8월 31일 보도).

시민사회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민간 재개발은 아직 제자리에 있다. 지난 3월 28일 찾은 완월동에선 공사의 진행 흔적이 없었다.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인 완월동 한 가운데 위치한 기존 건물도 그대로였다. 완월동의 철거 및 개발이 시작되지 않은 이유는 아직 시공사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사의 시행사인 (주)호성건설 관계자는 현재 해당 지역의 통상 건축 허가 신청을 받았고, 지난 1월 말 서구청의 인허가 절차도 마무리됐는데, 시공사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피해 여성

다시 방치된 완월동에서 성매매는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었다. ‘폐지’라고 써진 건물들이 늘어선 완월동은 언뜻 보기엔 문 닫은 성매매 집결지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불이 켜진 건물 숙소나 성매매 업소에서 나온 쓰레기봉투가 완월동의 성매매가 아직 완전히 멈추지 않았단 걸 방증했다. 돌아가는 가스보일러나 풀린 자물쇠를 통해 내부에 사람이 있다고 추측할 수도 있었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에 따르면 <채널PNU>가 방문한 지난 3월 28일에도 암암리에 6개의 업소가 문을 열었다. 방치된 완월동에서 현재 살림은 한 달에 3~4회 완월동 일대를 돌며 운영 업소를 파악하는 '라운딩' 활동과 성매매 피해자 여성들에게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현장의 환경을 파악하며 자활 지원을 돕는 '아웃리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살림 관계자는 “여전히 수십 개의 업소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손님이 있어 지원 물품을 받을 수 없다”고 지원 물품을 거절한 업소 관계자도 있었다.

살림에 따르면 재개발 추진 결정 이후 완월동에 대한 경찰 단속이 강화됐지만, 주먹구구식 단속이 오히려 성매매 카르텔을 더 공고히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나까이의 말에 따르면 경찰의 단속으로 벌금 처분을 받은 업소들은 벌금을 충당하기 위해 운영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돈이 목적인 성매매 업소들은 영업을 멈추지 않고 벌금 단속을 교묘히 피해 건물을 옮겨 다니기도 했다.

지난 3월 부산 완월동 골목에 버려진 쓰레기. 여전히 성매매 업소가 운영 중이라는 방증이다. [최윤희 기자]
지난 3월 부산 완월동 골목에 버려진 쓰레기. 여전히 성매매 업소가 운영 중이라는 방증이다. [최윤희 기자]

■지원 예산은 ‘뚝’

이미 폐지됐어야 할 집결지가 방치된 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피해 여성을 위한 부산시의 자활 지원 정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부산의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이 미흡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타 지자체보다 먼저 관련 조례가 제정됐으나, 이후 4년동안 아무런 예산 편성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채널PNU> 2023년 8월 31일, 11월 10일 보도).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 종사 여성 지원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부산시 서구의 성매매 종사 여성 지원 예산은 본래 3억6,200만 원으로 책정됐으나, 지난해 11월 30일 복지환경위원회의 제317회 정례회의를 거치며 1억 1,000만 원으로 1/3배나 깎인 것이다. 공개된 이날 회의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감소하는데 성매매 피해자 여성을 구제하는 예산이 증가하는 상황에 의문이 제기됐고, 피해자 조사를 먼저 한 후에 추경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완월동을 둘러싸고 지역의 재개발과 성매매 피해자의 자활 지원 모두 정체됐다. 여러 여성단체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자활을 준비할 수 있는 ‘공익적 재개발’을 외친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살림 관계자는 "결정된 개발 방식이 난개발인데다, 시가 지원 예산을 삭감한 것이 유감스럽다"며 “재개발 결정 이후 (방치 상황 속에서) 피해가 여성들과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로서 최우선의 과제"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