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도서관 ‘알쓸신작’ 첫 강연
-저서 '공간이 만든 공간'을 주제로
-건축가인 유현준 교수 연단 올라
“사회의 가치관이 건물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건물이 사회를 또다시 변화시킨다.” 건축가로서 다양한 강연을 이어온 홍익대학교 유현준(건축학) 교수는 서로 다른 문화가 어떻게 서로 다른 건축물을 만들어 냈는지에 이어 그러한 문화가 어떻게 융합되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우리 대학 도서관이 주관한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신비한 작가사전(알쓸신작)’의 첫 번째 강연자로 초청된 유현준 교수가 지난 8월 30일 강연에 나섰다. 이날 강연이 진행된 새벽벌도서관 내 새벽마루는 우리 대학 학생과 교직원 등 300여 명이 가득했다. BK21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알쓸신작은 해당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와 소통함으로써 대학원생이 새로운 자극을 받고 아이디어를 환기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날 유현준 교수는 자신의 저서이기도 한 ‘공간이 만든 공간’을 주제로 사회가 공유하는 생각이 어떻게 건축에 반영되는지를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로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건축물에서도 드러나는 사실을 들었다. 유 교수는 “동양은 관계 중심적인 반면, 서양은 보다 절대적인 가치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특징이 각각 동양의 ‘비어있는 공간’과 서양의 ‘기하학적 구조’로 드러난다”며 “이러한 특징이 동양이 일인칭의 시점에서 공간을 디자인하도록 하고 서양은 삼인칭으로 건물을 설계하게 했다”고 전했다.
강연은 건축물이 높아지면서 발생한 도시 밀도의 상승이 상업 발달과 시민 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는 “조선시대 온돌 문화로 인해 건물을 2층 이상 쌓지 않았고 도시의 인구 밀도가 높지 않아 상업이 발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유럽 상업 도시와 마찬가지로 좁고 긴 가게들이 붙어 있어 상업에 유리했고, 덕분에 근대 사회를 자생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중 질문 시간에 나온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대해 유 교수는 “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넓은 땅을 가진 미국과 긴 지형을 가진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수도권과 지역은 그 거리가 짧아 경쟁 구도를 살피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유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 문제보다) 국가 간 관계나 온·오프라인 공간의 관계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며 현 세대에게 다른 관점에서 현대의 문제를 바라볼 것을 권했다.
강연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관심은 뜨거웠다. 도서관 로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도 강연이 송출되자 강연장에 들어오지 못한 학생들이 소파에 앉아 강연을 들었다. 우리 대학 재학생 이지은(언어정보학, 21) 씨는 “인문대생으로서 인문과 건축을 융합해서 설명해 주시니 너무 재밌었고 교수님의 저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대학 도서관은 알쓸신작 프로그램과 함께 ‘저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초청 강연을 마련하고 있다. 저자와의 만남은 인근 지역 주민들도 신청이 가능하다. 우리 대학 도서관 변아영 사서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저자들도 한 번 더 눈여겨보시고 만나러 와 주시면 좋겠다”며 “우연히 만난 작가가 인생에 들어와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반걸음쯤 더 행복한 방향으로 만들어 놓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현재 예정된 초청 강좌는 △9월 11일 사회학자 오찬호 작가 △9월 30일 뇌과학자 장동선 교수 △11월 7일 과학소설을 집필하는 곽재식 교수 △11월 22일 북튜버로 활동하는 김겨울 작가로 모두 새벽벌도서관 1층 새벽마루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