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 미달로 대총 무산
-이례적인 서면 의결까지
-학생들 간 논의 부실 논란
-대표 리더십·책임감 빨간불

부대신문 1646호 발행에 따라 10월 4일을 기준으로 최신 현황을 보도합니다. 

학생 자치의 핵심 의결기구인 우리 대학 ‘민족효원 대의원총회(대총)’이 이례적으로 서면으로 의결됐다. 우리 대학 제56대 총학생회 P:New(총학)는 대총이 대의원 과반수 불참으로 무산되자 임시 대총을 소집하지 않고, 곧바로 단과대 학생회 대표로 구성된 확대운영위원회(확운위)와 서면 개최를 결정했다. 그 결과 ‘총학생회비 인상’과 ‘주요 예산안’ 등 주요 안건이 줄줄이 소리 소문 없이 통과됐다. △서면 의결을 단행한 학생회 △입을 다문 학생 대표들 △안건을 전달 받지 못한 학생들이 우리 대학 학생자치의 부끄러운 현주소인 셈이다. 무엇보다 충분한 논의가 빠진 대총이 나쁜 전례로 파급될 우려까지 낳는다.

지난 9월 10일 대학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4년 하반기 민족효원 대의원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개회가 지연됐다. 참석한 대의원들은 정족수가 채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유승현 기자]
지난 9월 10일 대학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4년 하반기 민족효원 대의원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개회가 지연됐다. 참석한 대의원들은 정족수가 채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유승현 기자]

4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총학은 서면으로 하반기 대총을 열고 △총학생회비 인상안 △응원단 창단 △총학 중앙집행위원회 예산안 등 10개 안건을 전원 가결했다고 지난 9월 27일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하반기 대총에 전체 대의원의 56명(35%)만이 참석하며 재적 인원의 과반인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자, 총학은 18일 각 대의원에게 서면으로 대총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19일 오전 9시부터 21일 자정까지 서면으로 의결서를 제출받았다(<채널PNU> 2024년 9월 11일 등 보도).

■“주먹구구식 의결”

이번 서면 대총에선 학생뿐만 아니라 의결을 진행할 대의원에게도 안건에 대한 사전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총학은 대총 무산 직후 진행된 심의 안건 브리핑에서 총학생회비 인상 안건이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의 동의를 거쳐 상정됐다고 밝혔으나 총학이 올려야 할 회의록은 여전히 두 달 전인 8월 6일에 멈춰 있어 중운위 논의 내용은 안개 속이다.

대의원들은 이 같은 통보식 안건 상정에 불만을 표했다. 학과 학생회장 A 씨는 “서면 대총 개회 바로 직전 주 단운위에서 총학생회비 인상 소식을 접했고 학과 학생들에게 따로 공지하거나 의견을 들어보라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학과 학생회장인 B 씨도 “총학생회비 인상을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학과 회장에게 통보하는 주먹구구식의 분위기가 불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창준(지질환경과학, 22) 총학생회장은 지난 9월 27일 <채널PNU>와의 통화에서 “서면 가결이 됐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상 공지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학과 학생회장으로 대의원이라는 자리에 있으면 학생들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떤 의견을 표출 하기 위해서라면 다음부터라도 (대면으로) 반드시 참석하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이번 안건 가운데 하나인 ‘부산대 응원단 창단’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올해 창단한 응원단에 총학생회 재정운용세칙 30조에 따른 특별기구에 대한 예산 배분이 진행됐다. 그러나 총학생회칙이 개정되지 않아 응원단은 아직 특별기구로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미등록 기구에 예산부터 배정된 것이다. 총학 기획재정국은 대총이 무산된 직후 진행한 안건 브리핑에서 “응원단이 정식 출범 준비 중에 있어 예산을 편성해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책임감·리더십 결여

애초 학생 대표들이 학생 자치의 핵심 의결기구인 대총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비판도 학생회 사이에서 나온다. 대총 무산과 서면 의결 결정 모두 대의원들의 부진한 참석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학생 대표들의 책임 의식 부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면 대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확운위는 별다른 반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대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별다른 논의는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채널PNU> 2024년 9월 27일 보도). 학과 학생회장인 C 씨는 “대총은 한 학기에 1회 있는 중요한 행사인데 학과를 대표해서 대의원분들이 꼭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대의원들이) 학교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공결 또한 대의원의 대표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공결 인원은 대총 재적 대의원 수에 포함되지 않아 기존 의결 정족수보다 훨씬 적은 인원만으로 안건이 통과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총 의사진행규칙에 따르면, 공결은 ‘각급 학생회 및 동아리연합회의 공식 일정으로 출석하지 못하는 경우’에 인정되지만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중앙운영위원회가 각 사안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대총에서도 공결 신청 인원이 많아 전체 인원의 약 20%만 찬성해도 안건이 통과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빚어질 뻔 했다. 총학에 따르면 이번 공결 신청자는 전체 대의원 159명 중 35명이었다. 공결이 없었다면 전체 대의원 80명 이상의 참석과 그 과반인 41명이 최소한의 안건 의결 정족수이지만, 공결로 인해 재적인원 124명 중 63명이 참석해 32명이 동의하면 안건이 가결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공결은 △2023년 상반기 18명 △2023년 하반기 22명 △2024년 상반기 30명 △2024년 하반기 35명으로 점차 늘고 있다.

이를 두고 학생사회에선 학생들을 이끌 총학생회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의원은 지난 3월 불거진 총학생회장의 ‘막말 정치인 응원 논란’와 ‘저조한 상반기 공약 이행’ 등으로 대의원들이 총학에 등을 돌렸다며 총학에 대한 불신이 대총 불참 사유라고 밝혔다(<채널PNU> 2024년 9월 13일 보도).

무엇보다 충분한 논의가 빠진 대총으로 인해 다음에도 유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학생을 대표하는 대의원이 모여 안건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대총의 의미 자체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대학 총학은 정족수 미달 등으로 대총이 무산될 경우 이른 시일 내에 임시 대총을 열어 안건 심사를 계속해왔다. 2019년까지 총학에서 활동했다고 밝힌 한 졸업생은 “바람직한 학생 사회로 가기 위해선 더욱 많은 학생이 나와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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