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학생자치에 비판·자성 커
-총학에 대한 불신 탓이란 지적도
-임시 대총 대신 서면 심사 결정에
-학생회비 인상 등 안건 논의 우려
우리 대학 2024학년도 하반기 민족효원 대의원총회(대총)가 참여 정족수 미달로 6년 만에 무산되며 학생 자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가운데 총학생회(총학)는 학생회비 인상 등 중요 사안을 ‘서면 심의’하겠다고 결정해 학생사회에 파장이 예상된다.
13일 <채널PNU>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대총이 정족수 미달로 6년 만에 무산된 것을 두고 학생사회에서 자성과 비판이 잇따른다. 당시 전체 대의원 159명 중 56명(35%)만이 참석하며 개회 정족수인 62명을 채우지 못하고 해산됐다(<채널PNU> 2024년 9월 11일 보도). 대총은 학생 자치 운영의 핵심이자 각 학과와 단과대학 대표들이 모여 학내 주요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재적인원(공결과 미선출 인원은 제외)의 과반수가 회의에 참석해야 개최된다.
■대총 무산은 총학 불신 탓?
이례적인 대총 무산이 총학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반기 대총 이후 불거진 총학생회장의 ‘막말 정치인 응원 사태(<채널PNU> 2024년 3월 19일 보도)’와 저조한 상반기 공약 이행률(<채널PNU> 2024년 8월 30일 보도) 등으로 인해 총학이 학생사회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대의원 A 씨는 “1학기 때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도 좋지 않았고 (우리 대학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총학 공약 불이행 얘기 등이 나오고 있다”며 (대의원들이 불참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생각된다”고 밝혔다.
대총 참석 인원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드러난다. 지난 3월 12일 개회된 상반기 대총에 참석하지 않았던 대의원은 공결과 미선출 인원을 제외하고 27명 수준(약 17%)이었으나 이번 하반기 대총에 참석하지 않은 인원은 65명(41%)이었다.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 불참인원이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열린 ‘학생회 워크숍’도 그 명목이 무색해졌다. 대총 2주 전인 지난 8월 27일과 28일 1박 2일 동안 경북 경주에 있는 워터파크인 ‘블루원’과 인근 리조트에서 학생회 역량 강화 워크숍이 진행됐다. 학생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논의하고 학생회 임원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워터파크 입장 등 전체 참석자의 경비 전액이 지원됐다. 당시 워크숍에 참가했던 학생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총학생회장이 무대에 올라 자신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설명하자 총학과 일부 학생회 임원 사이에 불편한 긴장감이 흘렀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총학에 대한 불신이 대총 불참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무관심이나 침묵이 아닌 참여를 통해 의사를 표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회에선 공결 신청조차 잊어버렸을 만큼 대총에 대한 무관심이 컸다는 이야기도 알려지자 학생 대표로서 대총에 참석하는 책임감이 부족했단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학생회장 B 씨는 “총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보이콧 하는 것이었다면 (회의에) 나와 반대하든 질문을 하든 이의를 제기해야 했다”며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동시에 대총이 총학의 ‘거수기’ 역할 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 대표의 신분으로 참여해도 무의미한 시간 잡아먹기에 불과한 회의라는 것이다. 한 대의원은 “(대총에) 한 번 가면 3~4시간 씩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낸다”며 “다른 학과 회장들도 그냥 동의하러 가는 자리에 '내가 왜 가야 되냐'는 반응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만 용인됐던 ‘서면심의’를…
서면 심의 결정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총학은 확대운영위원회(확운위)와의 논의를 통해 오는 19일에서 20일 사이 서면으로 대총을 열고 안건을 심의·인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학생회비 인상’에 관한 건과 같이 중대한 사항이 포함돼 그 부작용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한 최근 추진되고 있는 ‘부산대 응원단’ 모집에 대해서도 특별기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위해서는 총학생회칙부터 개정했어야 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학과 학생회장인 C 씨는 “학생들에게 사전에 근거자료 하나 제공하지 않고 소식조차 없이 대총에 갑자기 (학생회비 인상에 관한 건이) 안건으로 나올 수 있었는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인상 배경에 대해서라도 학생들에게 공지와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학과 확운위가 대총을 서면심의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이렇게 독단적으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대의원 전체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학과 학생회장인 D 씨는 “왜 (대총을) 다시 소집하지 않고 서면으로 의결을 보는지 의문스럽다”며 “같은 공간에서 즉각적으로 표출되는 이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총을 서면으로 진행할 경우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대총 의사진행규칙은 대면 심의를 기준으로 작성돼 서면 심의에 대한 토론이나 의사 교환 규정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대총을 서면심의로 진행한 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네 차례(2020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우리 대학 학생회는 대의원 참석률이 저조하거나 ‘보이콧’으로 인해 회의가 멈추는 경우 이른 시일 내에 ‘임시 대총’을 열고 중단된 시점에서 다시 대총을 열어왔다.
이에 대해 총학은 9~10월에 단과대학 행사가 있어 대총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서면 심사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총학생회장단과 단과대 회장단으로 구성된 확운위 위원들이 비대면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총학은 서면 의결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요 안건을 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할 계획에 있다고 전한 상태다.
하지만 학생사회의 건전한 토론과 민주적인 활동이 후퇴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9년까지 총학에서 활동했다고 밝힌 한 졸업생은 “최근의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쪽으로만 행동하는 것 아니냐”며 “바람직한 학생 사회로 가기 위해선 더욱 많은 학생이 나와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