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토미노 1기 추진 경과 보니
-학과 65개 중 9개만 융합 참여
-교수들 "충분한 논의 선행돼야"
-학교측 "시간 두고 기반 구축"

학문 간 융합을 추구하는 우리 대학 ‘펜토미노’가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우리 대학 교육혁신본부의 ‘PNU 펜토미노 교육과정 개발 연구과제 결과보고서Ⅰ·Ⅱ’를 보면, 지난해 11월 ‘펜토미노 1기’에 참여한 학과 65개 중 9개 학과만이 ‘융합 트랙’을 개설하고 나머지 56개 학과는 ‘단일 트랙’을 개설하기로 했다. 융합 트랙은 서로 다른 학과에서 만든 모듈을 조합해 구성하는 반면 단일 트랙은 한 학과 내 과목으로 구성된 모듈을 조합한 트랙을 뜻한다. 오는 11월 교육과정위원회 승인 및 교무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2025학년도 1학기에 개설될 예정이다.

우리 대학 교육혁신본부의 펜토미노 교육과정 개발 가이드북. [정수빈 기자]
우리 대학 교육혁신본부의 펜토미노 교육과정 개발 가이드북. [정수빈 기자]

우리 대학은 지난해부터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일환으로 2025 교육과정을 개편하며 펜토미노 사업을 준비해 왔다. 정사각형 퍼즐을 이어 붙여 도형으로 완성하는 놀이인 펜토미노는 학과(부)간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전공을 습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과(부)가 펜토미노 트랙을 구성하면 학생은 희망 진로에 따라 트랙을 이수해 그만의 전공을 갖게 되는 셈이다. 학과(부)장의 승인이 별도로 필요 없이 학생 스스로 시대 변화에 맞춰 무엇을 배울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펜토미노 1기 운영 결과 참여 학과의 86%가 학과(부) 내에서 트랙을 개설하기로 하면서 학과(부)간 융합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문 간 벽 허물기’란 슬로건이 무색해진 것이다. 지난 7월 ‘펜토미노 2기’에 참여한 22개 학과도 대부분 단일 트랙 개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대학 교육혁신본부 관계자는 “펜토미노의 최종적인 목표는 모든 학과가 융합 트랙을 가능한 최소 하나 이상 개설하는 것이었으나 현재는 대부분 단일 트랙 위주로 개설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문 간 융합이 기대에 못 미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단일 트랙 이나 일부 융합 트랙 신설만으로는 펜토미노와 기존 교육과정(△소단위전공 △연계전공 △융합전공 △자율전공) 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공과 소프트웨어(SW)를 연계한 융합 교육과정인 ‘SW 융합 트랙’을 이수 중인 A(문헌정보학, 22) 씨는 “(펜토미노 융합 트랙의 경우) 범위가 넓어 다른 학과라도 자신이 관심 있는 학문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졸업장을 통해 전문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기대된다”며 “학과 내부 트랙은 기존 내용과 비슷해 굳이 들을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실상에 교수들은 학내 구성원 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펜토미노 1기에 참여해 우리 대학 △나노에너지공학 △나노메카트로닉스공학과 융합 트랙 개설을 추진 중인 김창석(광메카트로닉스공학) 교수는 “만약 한 학과 내에서만 과목 모듈을 구성하고, 해당 (학과의) 과목들을 일렬로 줄 세우는 방식으로 펜토미노가 진행된다면 당초 제안한 ‘융합형 인재 양성’의 철학을 담기엔 충분하지 않다”며 “열린 논의와 토론이 선행되어 (융합 트랙 신설을 위한) 광범위한 모집 단위가 각 학과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펜토미노 개설에 참여한 우리 대학 이지혜(시각디자인) 교수는 “단일 트랙으로 구성한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기존 교육과정과 비교해 근본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며 “당장은 어렵더라도 점진적으로 타 학과 및 학과생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육혁신본부 측은 장기적으로 펜토미노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융합 트랙 개설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겠단 입장이다. 교육혁신본부 관계자는 “단일 트랙으로만 구성돼도 일단 펜토미노가 확산하면 학과(부)간 융합 트랙이 개설될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2025 교육과정 전면 개편을 위한 연구 위원회와 실무 위원회(TF팀)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검토를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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