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30일 대동제 열려
-다양한 이색 부스 눈길 끌었으나
-예산 축소·운영 미흡 지적 잇따라
-넉터 안전·배리어프리도 과제로
행사를 일주일 앞두고 예산 축소와 장소 변경, 섭외 가수 부실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우리 대학 대동제가 아쉬운 흥행 속에 막을 내렸다. 초청 공연의 관객석은 절반 이상 비었고 미숙한 운영에 날 선 반응이 나왔다.
지난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우리 대학 시월광장 넉넉한 터(넉터) 일대에서 '대동의 순간, 청춘을 수놓다'를 슬로건으로 한 대동제가 열렸다. 올해 대동제는 3억 3,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대운동장에서 초청가수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5월 19일 돌연 우리 대학 총학생회(총학)와 학생과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동제TF(TF)가 △초청 가수 섭외 난항 △공연 안전 확보 등을 이유로 예산을 1억 9,800만 원으로 줄이고 개최지를 넉넉한 터(넉터) 일대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초청가수 라인업까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학생들의 원성이 커지자 TF는 ‘학생 중심 대동제’를 선언하고 이색 부스 및 행사 다양화를 약속했다(<채널PNU> 2025년 5월 22일 등 보도). 대동제 현장을 <채널PNU>가 돌아봤다.
■이벤트 광장 ‘풍성’
부스로 채워진 시월광장은 학생들로 붐볐다. 매년 진행된 △총장 배 스포츠 대회 △피긴어게인 △청춘가요제와 더불어 새롭게 시도된 △총장네컷 △숨은그림찾기 △코드플라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선을 끌었다. 학생들은 사전에 안내된 대동제 드레스 코드에 맞춰 입고, 우리 대학 최재원 총장이 그려진 프레임에서 사진을 찍었다. 우승희(사회복지학, 24) 씨는 “다른 학교에서 하는 건 봤는데 우리 대학에도 도입돼 좋다”며 “친구랑 즐겁게 찍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대학원 △밀양캠퍼스 △양산캠퍼스는 물론 2027년 우리 대학과 통합을 앞둔 △부산교대(교대) 등에서 온 학생들이 참여했다. 우리 대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학원 총학생회(원총)와 축제를 공동 주최했다. 총학의 주도로 교대생이 초청됐다. 축제 둘째 날 참석한 부산교대 손윤지(윤리교육, 25) 씨는 “피프티 피프티 보려고 수업을 포기하고 왔는데 실제로 보니 감동적이었고, 라이브도 잘 들려서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축제를 즐긴 A(동물생명자원과학, 22) 씨는 “축제에 참여해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 좋았다”면서도 “올 때는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와서 큰 불편함이 없었지만, 축제가 마친 시간에는 버스도 기차도 없어 돌아가는 버스도 운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부 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스가 인기를 끌었다. △대전시 빵차 △부산지방경찰청 △빙그레 요맘때 △삼성 갤럭시 등 부스가 운영됐다. 특히 자치경찰위원회 마스코트인 말과 사진을 찍거나, 먹거리를 받기 위한 발걸음은 부스가 종료될 때까지 이어졌다. 대전시 부스를 이용한 손지민(경영학, 22) 씨는 “줄 서서 대전 마스코트인 꿈돌이와 사진을 찍고 빵을 받았는데 즐거웠다”고 말했다. 빙그레 부스를 방문한 정아인(독어교육, 23) 씨도 “더운 날씨에 지쳤는데 아이스크림 덕분에 힘이 났다”며 “다음에도 요맘때 부스가 운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부스들과 달리 학생 부스 전반에 대해선 아쉽다는 평이 이어졌다. 콘텐츠가 일원적이라는 평과 동시에, 부스 관리 면에서도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우리 대학 재학생 B 씨는 “소개팅 부스가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운영하는) 입장에선 돈이나 콘텐츠가 부족하다 보니 편하고 인기 있는 소개팅 부스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날에 부스를 운영한 최지민(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4) 씨는 “부스 선정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신청서가 전산상의 오류로 누락되어 부스 운영을 못할 뻔했다”며 “운영상 불편함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썰렁했던 힐링 콘서트
대동제 메인 공연으로 불리는 ‘힐링 콘서트’ 관객석은 찬 바람이 불었다. 사흘간 취재진이 입장이 마감된 시간마다 드론을 이용해 확인한 결과, 4,000명을 수용하는 관객석의 절반가량이 비어 있었다. 축제 예산 중 가장 큰 비용이 투입됐지만, 학생 반응은 썰렁했던 것이다. 첫날(28일) 기준 부산대역 승차 인원만 약 2만 4,000명이 몰렸던 지난해 대동제(<채널PNU> 2024년 5월 31일 보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예매 당시 전석 매진됐으나 정작 공연 당일에는 가장 앞 구역인 A, B 구역조차 수백 석이 비었다.
저조한 흥행은 개막 전부터 이어진 초청 가수 라인업 논란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라인업을 기획했다는 TF의 자신과 달리, 라인업 공개 당시 우리 대학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채널PNU> 2025년 5월 22일 보도). 셋째 날 공연만 참여했다는 우리 대학 재학생 C 씨는 “작년 라인업이 대단하기도 했지만, 이번 라인업은 공개됐을 때부터 기대가 안 됐고 주변 여론도 안 좋았다”며 “가수 행주가 무대에 선다는 사실도 축제 이틀 전날에서야 공지돼 기대치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공연 무대 운영도 미숙해 몰입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일었다. 첫날 무대는 △행주 △이영지 등 빠른 템포의 래퍼 중심의 공연으로 구성됐으나, 대형모니터에는 자막조차 없어 관객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후 주최 측은 둘째 날부터 자막을 도입했다. 2023년부터 대동제에 참여했다는 우리 대학 재학생 D 씨는 “무슨 노래가 있는지도 모르는 가수를 초청해놓고 전광판에 자막도 띄우지 않았다”며 “이전 대동제와 달리 올해는 자막이 없어 즐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관객석에는 배리어프리 존이 처음 도입돼 눈길을 끌었으나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기능을 하기엔 부족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지성(사회학, 25) 씨는 “배리어프리 존을 운영한 점은 좋았지만, 관객이 일어날 때 무대가 보이지 않아 앞쪽이나 지반이 높은 곳에 배리어프리 존을 만들면 좋겠다”며 “보호자나 동행인이 앉을 의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대동제에 참석한 홍 모(20세, 부산 금정구) 씨도 “외부인 구역인 농구장에는 배리어프리 존이 따로 없어 안전사고가 발생할까 봐 걱정이었다”고 전했다.
예년보다 저조한 반응을 거둔 힐링콘서트에 우리 대학가는 TF의 운영이 실망스럽다는 여론으로 뒤덮였다. 대동제가 진행된 지난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우리 대학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HOT 게시판에는 ‘내가 본 우리 대학 축제 중에 제일 사람 없고 재미도 없다’, ‘아무리 삭감된 예산이지만 억 단 위 쓴 축제가 맞나 싶다’, ‘누굴 위한 축제인지 모르겠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다만 초청 가수 김연자가 우리 대학에 장학금 1,000만원을 기탁한 소식에 대한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2018년 대동제 출연을 계기로 우리 대학과 인연을 맺은 김연자는 같은 해 시월제에 출연료 없이 무대에 올라 장학금 1,000만 원을 전달한 바 있다. 에브리타임에는 '김연자는 신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김연자를 환영한다', '김연자 선생님 무대에는 감동이 있다' 등 긍정적인 글이 다수 올라왔다.
■‘흥행 실패’는 운영 미숙 탓?
올해 대동제의 저조한 흥행에는 행사 기획부터 홍보, 진행까지 전반적으로 운영이 미흡한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예년과 달리 △축제를 일주일 앞두고 올라온 공지 △행사 내용의 잦은 변경 등이 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사흘간 축제에 참석한 E(분자생물학, 20) 씨는 “일부 언론의 일방적 비판에 굴복해 기존에 기획된 축제 예산을 전부 집행하지 못하고 축소 운영했다는 점이 아쉽다”며 “대학 축제는 엄연히 구성원의 의지에 따라 자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지나치게 외부 눈치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 질서 유지를 위한 동선 관리와 예매 프로세스도 이전 축제와 비교해 미흡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축제’라는 슬로건과 달리 무대에 오르는 학생과의 소통은 부족했다는 불만도 나왔다. 축제 개최 3일을 앞둔 지난 5월 25일 공연 순서와 시간 등이 갑작스레 변경됐다. 중앙 동아리 해모수 소속 성우일(환경공학, 21) 씨는 “(당시) 일정 조율과 관련해서 사전 연락을 받은 적이 없는데, 갑자기 일정 변경을 통보받아 다들 반발이 심했다”고 말했다. 학생 반발로 일정 변경은 철회됐지만, 리허설 시간을 분배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생겼다. 공연했던 F 씨는 “확정된 리허설과 공연 시간표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지속해 변경됐다”며 “리허설 시간표는 3회, 공연 시간표는 4회가량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TF 측은 원활한 축제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일부 미흡한 부분은 향후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TF는 축제 매뉴얼을 마련하고 △공연 프로그램 다양화 △교대 구성원 초청 △배리어프리존 신설 △참가자와의 소통 등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최수인(영어영문학, 20) 총학생회장은 “(이원화 캠퍼스 셔틀버스의 경우) 수요 조사를 했으나 인원이 많지 않아 지원이 어려웠다”며 “공연에 참여하는 학우분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지만 리허설 시간 분배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많은 학우들이 문화 행사를 편하게 누릴 수 있도록 얼마든지 지원할 것”이라며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애초 대동제 개최지를 변경하는 사유로 제기된 ‘시월광장 넉터의 연약 지반 문제’가 여전했지만, 지하에 보강구조물은 설치되지 않았다. 지난해 대동제에는 연약 지반 지탱을 위해 넉터 지하 주차장에 임시 보강구조물을 설치된 바 있다(<채널PNU> 2025년 3월 21일 보도). 지난 5월 26일 시설과 관계자는 “(구조 안전 진단을 요청하는 주체인 학생과와) 별도로 협의가 없어 보강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았다”며 “보강한다 해도 (절대적으로) 안전한 건 아니고 임시 조치이긴 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