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정치를 말하다 (하)
-월간조선 편집장·대표이사 역임
-"현 정국은 진영논리와 갈등 극심"
-"사실, 헌법, 자유 회복이 관건"
-"국가와 안보, 깊이 고민하길"

12·3 불법 계엄으로 대한민국의 정치는 군부 독재를 연상케 하며 수십 년가량 후퇴했다는 평을 받았다. 극화된 혐오와 이념 갈등에 지친 시민들은 정치에 불신과 회의감을 드러내거나 정치가 더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자조했다. 하지만 끝내 깊은 좌절감을 이겨낸 시민들은 대한민국 역사의 한가운데 모여 ‘빛의 혁명’이라는 기적을 만들고 6·3 조기 대통령 선거를 이뤄냈다.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의 본질은 우리의 삶을 바르게 하는 것. 이번 대선은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한국 정치의 방향성과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다.

<채널PNU>는 대선을 앞두고 청년 유권자들이 오늘의 정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자세로 선거를 마주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수십 년 동안 정치를 탐독해온 '정치 원로' 2명을 직접 만났다. 그중 한 명인 조갑제닷컴·조갑제 TV의 조갑제 대표와 지난 5월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조 대표는 1971년 국제신문 기자로 언론 활동을 시작해 월간조선의 편집장을 두 번 역임하고 2001년에는 월간조선의 초대 대표이사가 됐다. 그는 언론계와 정치계의 명망을 두루 얻고 있는 대표적인 정치 평론가다.

지난 5월 28일 조갑제닷컴·조갑제TV 사무실(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조갑제 대표. [채널PNU]
지난 5월 28일 조갑제닷컴·조갑제TV 사무실(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조갑제 대표. [채널PNU]

△대선을 앞두고,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한국은 갈등이 심해요. 대선 토론을 보면 아주 격렬하고, 막말 수준의 이야기도 나왔죠. 특히 3차 토론은 최악입니다. 어떤 사람은 무모한 인신공격을 하고, 어떤 사람은 자극적인 말장난을 하는 등 말의 수준이 점점 떨어져요. 우리나라는 죽고 사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핵 문제와 직면하고 있는데,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보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히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대선 후보들의 말과 행동이 모범이 될까요? 대선 후보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국민들이 본보기로 삼을 만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타 국가들처럼 총을 들고 싸우진 않습니다. 총 대신 말을 하다 보니까 말이 격해지는 거고, 민주주의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죠.

지금 우리 사회엔 진영논리가 너무 강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좋은 사람도 나쁜 짓을 할 수 있고, 나쁜 사람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객관화가 잘 안돼요. 지식인조차도 이승만을 좋아하면 무조건 옹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재명을 싫어하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부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직도 우리 사회가 완전히 근대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불과 100년 전에야 근대화가 시작됐고, 그 이전의 유산들이 아직도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거예요. 언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정치인의 부정적인 면도 쓰고, 긍정적인 면도 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과거 정치는 지금과는 달랐나요.

-과거 한국의 보수 세력이 한국 현대사의 주인공이자 건설자 역할을 했어요. 특히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위대한 지도자죠. 물론 시대가 달라졌으니, 예전의 방식을 그대로 해서도 안 됩니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어요. 그 사람들이 가졌던 사명감 ‘내가 이 민족, 이 국가를 이끌겠다’는 책임감은 지금도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나아가 이승만에게선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가, 어떤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가 등을 배울 수 있고, 박정희로부터는 지도자가 어떤 몸가짐을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은 큰 그림을 볼 줄 알았어요.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그림을 그렸고, 박정희는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밀어붙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승만은 언론 자유, 박정희는 시장경제를 핵심으로 봤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도 실수와 시행착오가 있었지요. 하지만 2007년 대선 토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 조작 사건'이 주제가 된 이후 토론이 완전히 싸움판이 됐어요. 진보든 보수든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덜 중요한 주제로 싸움을 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죠. 하지만 민주주의는 원래 실수를 하면서 배우는 제도입니다. 민주주의의 장점이 실수를 견디는 힘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요즘 우리 사회가 많이 흔들렸는데, 저는 이제 보수가 재건돼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킬 것은 지키고, 고칠 것은 고치고. 품격 있는 보수로 다시 나아가는 게 중요해요. 그 과정에서 사회 통합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정치는 어때야 할까요.

-나는 대통령이 선출되면 자기 당에서 탈당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자기 정당의 당직을 가지고 있으면 국민 전체를 못 봐요. 계속 자기를 찍어준 지지자들만 바라보게 되죠. 그렇게 하면 그 순간부터 대통령이 아니라 분열자가 됩니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직무가 명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헌법 수호, 영토 보존, 국가의 계속성 유지, 민족 문화의 창달. 이런 걸 하라고 대통령 자리를 준 겁니다.

헌법에는 좌파, 우파란 말이 없습니다. 보수, 진보도 없어요. 국민이라는 단어만 있지요. 그러니 대통령은 헌법에 있는 언어를 써야 합니다. ‘나는 민주당 출신이다’, ‘국민의힘 출신이다’는 의식 자체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러니 앞으로의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말의 뜻에 충실해야 합니다. 헌법에 나오는 대로만 말해야 합니다. 헌법을 기준으로 삼으면 자연히 국민 전체를 보게 돼요. 그게 대통령의 본래 자리입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사실, 헌법, 자유를 회복해 진영 논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어떤 태도로 우리 정치를 바라봐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를 구분하는 것보다는,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안보에 대해 너무 안일합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지만,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미동맹, 주한미군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안보 문제는 남에게 맡기고, 자신과 직접 관계된 이익 문제에만 관심 두게 돼요. 자주국방의 의지를 포기하고 안보를 소홀히 하면, 애국심과 공동체 정신을 잃게 돼요. 결국에는 국민정신이 타락하고 사회 전체가 분열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런 분열이 정치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죠.

그래서 젊은 세대가 오히려 안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청년들에게 취업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건 압니다. 공정이라든지 평등 같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해되고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보다 먼저 국가라는 단위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국은 젊은 남성들이 군대를 다녀오는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그 경험을 잘 살리면, 공동체 정신과 국가 의식을 세우는 기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조갑제 대표 약력

△ 現조갑제닷컴 대표

△ 前국제신문 기자

△ 前월간 마당 편집장

△ 前조선일보 월간조선부 기자

△ 前월간조선 편집장 1기·2기

△ 前월간조선 초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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